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귀하다 Dec 20. 2022

제이드스타 금, 나의 옥별이

식물에게서 천연 명품 가죽이 느껴진다

오늘의 주인공은 제이드스타금.


금다육계에는 3대 스테디셀러가 있다. 마리아금, 엘크혼금, 제이드스타금. 내 기준으로 만든 top 3이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다. 


첫째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다육계의 명품이라는 금다육의 이미지에 어긋날 만큼 저렴하진 않지만, 식물을 키우는데 입문자가 지갑을 열기에 크게 부담스럽진 않다. 물론 크기와 디테일을 따지면 범위는 달라질 수 있지만, 7~8cm 정도의 중형 사이즈에 무난하게 금이 잘 든 상태라면 현재 시세로는 2-5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둘째로 기르기 까다롭지 않다. 금다육이는 엽록소의 변이가 일어난 아이들이라 일반종보다 기르는 환경에 더 유의해야 한다. 15-30도 사이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좋으며, 강렬한 햇빛은 안 좋다. 공기의 순환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op 3 아이들은 환경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다른 금다육이들에 비해 크지 않다. 엄마 속을 덜 썩이는 착한 아이들이다. 번식을 하면 아가들도 잘 달아준다. 그런데 관상 가치도 좋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제이드스타금은 이 셋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아이다. 색도, 금발현 모습도 다르다. 

제이드(jade)는 옥(玉)이다. star는 별. 그래서 나는 제이드스타를 옥별이라고 불렀다. 별 모양의 옥색 다육이. 이름부터 참 예쁘다. 

제이드스타. 금이 발현되지 않은 일반 종자. 


제이드스타금은 다른 금다육이들이 색 변화로 금발현을 하는 것과 다르게 잎이 올록볼록 엠보싱을 보이는 것으로 금을 표현한다. 마치 천연가죽의 자연스러운 주름과 무늬를 보는 것 같다. 천연가죽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태닝 되는 것처럼 제이드스타금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깊고 진해지는 색변화를 보여준다. 


제이드스타금. 잎이 올록볼록 질감이 있는 것이 금이 발현된 모습이다


제이드스타금 중에는 로맨틱한 감성을 품은 핑크빛 아이도 있다. 처음엔 특정 시기라서 잎장의 끝단 부분만 붉게 물든 것일까 생각했지만,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에 이르렀는데 오히려 전체적으로 더 딥한 핑크빛으로 변했다. 다육이 잎장 끝에 뾰족한 부분을 손톱이라고 부르는데, 손톱이 부러지지 않고 날카롭게 잘 유지되는 것이 다육이의 건강함을 나타내며 관상 가치도 높이 평가받는다. 아래 우측 사진에 손톱과 같은 컬러로 잎장에 점박이 무늬가 나타나는 걸 볼 수 있는데, '피멍'이 들었다고 표현한다. 피멍은 다육이 물듦에서 가장 상위 클래스로 귀하게 여겨지는 예쁜 상태다.  

7월의 제이드스타금(좌)/ 12월의 제이드스타금(우) 층수도 풍성해지고 색감도 깊어지고 주름도 짙어졌다.


같은 아이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옥별이가 핑별이가 된 아이도 있다. 

8월의 제이드스타금


12월의 제이드스타금(위 아래는 같은 아이)



다육이 마니아들을 본격 다육계에 입문하게 만드는 심쿵 포인트 중에는 '잎꽂이'라는 번식 방법이 있다. 다육이는 암수 개체가 필요 없이, 한 개체가 단독으로 새로운 개체를 형성해내는 무성생식으로 번식한다. 적심, 잎꽂이, 꼬집기, 삽목 등 다양한 번식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잎꽂이는 유독 설렘 유발자다. 


하나하나 방사형으로 빙 둘러 모여 만들어진 로제트형의 다육이 잎장이 잘 떼내면 그 한 장으로도 하나의 꽃 모양으로 자라난다는 놀라운 사실!  다육이 잎은 줄기와 붙어있는 지점에 '생장점'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상하지 않게 잘 떼어낸 후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주며 흙에 안착해주면 몇 주 후 꼬물이가 태어나는 놀라운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비싼 금다육이 잎장을 그렇게 떼낸다고?! 원치 않았지만 떨어진 잎장이 아까워서 심어둔 잎에서 다행히도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제이드스타금은 잎꽂이 번식이 잘되기로 유명한 아이라 작심하고 로제트 하나를 다 해체해본 적이 있다. 결과는?!!! 대만족! 대감동! 내가 하우스를 찾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고 챙기는 존재들이 되었다. 

 저 작은 잎에서 꼬물이들이 나온다. 심지어 얼굴이 두개씩 나오기도 하고 저렇게 아가일 때부터 금을 물고 나온다.
5개월 동안 많이 자랐다. 모주 잎의 크기가 위 아래 사진상 비슷하다. 얼굴만 이만큼 커져서 단독 화분에 옮겨주었다
하나의 잎에서 4개의 얼굴이 탄생한 잎꽂이 제이드스타금



제이드스타금은 처음으로 나와 함께 방송 출연을 한 금다육이 품종이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적 있었던 '제근이'가 TV 출연한 아이. 다육이 채널을 운영하면서 반려식물이 엄마 직장에 구경 가는 콘셉트로 몇 번 촬영했다. 광고 촬영 현장에는 엘크혼금, 예능 프로그램에는 레오파드금,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줄여서 세가여)이라는 프로그램에 제근이와 함께 갔다. 


세가여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그분들의 이야기에 앞서 출연자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작가님과 편안하게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다육이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현장에 도착해서 나와 함께 온 제근이를 보시고 같이 출연하자고 즉석 제안을 하셨다. 덕분에 제근이는 마음의 준비 없이 덜컥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  


출처 SBS 홈페이지 다시보기(촬영 날짜는 9월 중순이었다)
방송출연 때보다 더 늠름해진 12월의 제근이. 손톱이 정말 쨍하게 아름답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주름지는 것이 고급스럽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고마운 제이드스타금. 가끔은 세상이 좋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뒤집어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빨리 가는 것과 천천히 가는 것,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과 수수하고 소소한 것. 서로 그저 다른 것인지, 한쪽이 좋고 다른 쪽이 나쁜 것인지.

매거진의 이전글 엘크혼금, 소탈한 숲의 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