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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Jan 17. 2022

[월간꽃꽂이] 새해 다짐을 담은 꽃은 어떤 모습일까요?

코지한 색감의 장미와 카네이션, 외유내강 미니 델피늄

하얗고 포근한 극세사 이불을 닮은 겨울 꽃꽂이


 2022년이 밝았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새해가 되면 아주 호기롭게 다짐을 하죠. 하지만 일주일도 안 가서 해이해지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이지도 않는 큰 다짐보다는 당장 몇 발짝 내딛으면 이룰 수 있는 작은 다짐부터 시작해보기로 했어요. 아직까지는 호기롭게 잘 흘러가고 있답니다. 아직까지는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주 사소한 다짐도 이루고 나면 잠깐의 뿌듯함을 얻잖아요. 그 '뿌듯함' 조각을 모으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요가 하기, 매일 해가 떠 있을 때 산책하기, 밥 먹고 바로 설거지 하기, 하루에 최소 한 끼는 나를 위해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레 요리하기, 자기 전에 15분 명상하기. 정말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오랜만에 꼬박 지키며 살아 보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던 소중한 일상을 퍼즐 맞추듯 다시 끼워맞춰가고 있어요. 여러분도 각자의 우주에서 그 조각을 손에 넣어보시길 바랍니다.


 소박하고도 소중한 다짐으로 시작하는 새해맞이,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구입처 : 남대문 꽃 도매시장

**평일, 토요일 05:30~17:00 / 공휴일 05:30~14:00 / 일요일 휴무


총지출 : 33,000원

-장미(연핑크) : 세일가 1단 3,000원

-장미(아이보리) : 세일가 1단 5,000원

-스프레이 카네이션(흰색) : 1단 7,000원

-튤립(핑크 그라데이션) : 1단 5,000원

-미니 델피늄(연한 블루) : 1단 7,000원

-블랙잭 유칼립투스 : 1단 6,000원


**월, 수, 금은 새로운 꽃이 들어오는 날이에요.

월수금 방문 장/단점 : 싱싱함, 다양한 종류 /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쌀 수 있음

화목토 방문 장/단점 : 세일 판매가 있을 수 있음 / 덜 싱싱할 수 있음 / 이미 팔려서 종류가 적을 수 있음



 이번 꽃시장 방문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왜냐하면! 11~12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꽃값이 저렴해졌기 때문. 다시 여름 즈음 가격으로 돌아갔어요. 물론 제가 토요일 오후에 방문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건 소소한 팁인데, 저렴한 가격에 많은 꽃을 들이고 싶다면 토요일 11~1시쯤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곧 마감 시간이라 마감 세일이 한창이거든요. 대신 전날인 금요일이 꽃 들어오는 날이라서 토요일에는 아주 약간 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선물용이 아니라면 크게 거슬릴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인기 있는 꽃들은 전날 팔리고 없을 수도 있어요.


 다행히 이번 토요일은 꽃 종류도 많고 상태도 좋았습니다. 그런 데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다니! 정말 속된 말로 눈 돌아갈 뻔했어요. 온통 3,000원 5,000원 아예 써붙여 놓은 곳 투성이니 마음 같아선 다 들이고 싶었습니다. 왜 1,000원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게에 가면 10,000원어치만 사도 마음이 한껏 풍족해지잖아요. 이날은 꽃시장에서도 똑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다만 이번에는... 1월 꽃꽂이 콘셉트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방문했어요. 그래서 더 이것저것 들이고 싶은 마음이 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트에 장 보러 갈 때도 그렇잖아요. 내가 필요한 것만 딱 메모해서 가면 돈 낭비도 안 하고 한눈팔 일도 없는데, 막연히 '심심한데 마트 구경이나 갈까?'라는 생각으로 가면 예상에 없던 것을 잔뜩 사니까요.


 그래도 꽃을 들이기 전에 급하게(?) 어떤 콘셉트가 좋을까 머리를 굴려보았답니다. 이번에는 총 세 가지 콘셉트를 정했어요. 이제부터 하나씩 보여드릴게요.




꽃 컨디셔닝 및 관리 Tip


1. 줄기가 단단한 꽃(국화 등 대부분의 꽃)은 줄기를 자를 때 사선으로 잘라 주세요. 표면적이 넓어지면 물올림이 더 잘 된답니다.

2. 줄기가 무른 꽃이나 속이 비어 있는 꽃(거베라 등)은 물에 담겨 있으면 더 빨리 무르기 때문에 사선보다는 직각으로 잘라 주시는 게 좋아요.

3. 꽃병에 물을 다 채울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물은 자주 갈아줘야 하고, 물에 담긴 만큼 세균이 번식되기 때문에 줄기 끝이 4~5cm 정도 잠길 만큼만 채워 주세요.

4. 물에 잠기는 부분은 꽃잎을 깨끗하게 제거해 주세요. 꽃잎이 물에 들어가면 물에 절여(?)지고 금방 물이 지저분해져요.

5. 장미나 국화류 등 줄기가 단단하고 굵은 꽃들은 열탕 처리를 해주면 더 오래 감상할 수 있어요. 70도 정도 되는 따뜻한 물에 줄기 끝을 5분 정도 담그면 돼요.






 첫 번째 콘셉트는 휴식과 편안함이에요. 저에게 2022년 1월은 휴식의 달이에요. 왜냐하면! 12월 31일부로 약 2년 정도 몸 담고 있던 회사를 퇴사했거든요. 도비는 자유랍니다! 원래 제 계획은 퇴사 시기에 맞추어 바로 이직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막상 퇴사할 즈음이 되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마지막 날까지 일은 바쁘고. 어째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 상태에서 새로운 직장에 간다고 한들 쉽게 마음을 다잡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1월은 충분히 쉬면서 마음을 가다듬기로 했어요. 물론 계획대로 2월에 바로 새로운 직장에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께서도 누구보다 응원해 주셨어요. 오히려 저보다 더 나서서 '그래 2년 했으면 쉴 때 됐지'라고 말씀하시며 제 기분을 풀어 주셨어요. 긴 시간은 아니지만 저는 대학 시절에도 방학 때 온전히 쉬어본 적이 없어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그 시절에 음악 생활을 몇 년 했었거든요. 그래서 방학 때는 하루 종일 연습실에 틀어박혀 있었어요. 음악을 취미로 남겨두고 나서는 공부에 매진하느라 또 바쁘게 보냈고요. 졸업 후에는 운 좋게도 바로 취업에 성공해서, 따지고 보면 거의 5~6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게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맘 편히 쉬어가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왜 이 꽃들이 휴식을 의미하느냐? 깨끗한 겨울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 서두에서 소개한 소제목 따라 하얗고 포근한 극세사 이불을 담아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 말랑말랑한 이불 속에 폭 파묻혀 있으면 피로가 싹 가시잖아요. 꽃을 보고 있어도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었어요. 연핑크 장미는 하얗기만 한 꽃 속에 포인트 요소로 넣어 주었습니다. 꽃시장에 갈 때마다 놀라곤 해요. 장미는 어쩜 그렇게 색깔도 크기도 천차만별일까. 소국이나 튤립보다도 훨씬 종류가 많아요. 핑크색도 다 같은 핑크색이 아니랍니다. 핫핑크, 자주색에 가까운 핑크, 그라데이션 핑크, 빛바랜 핑크, 텁텁한 핑크…. 그중에서 깨끗하고 비누꽃 같은 느낌을 주는 연핑크색을 골랐어요.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이보리색 장미도 들였는데요. 아직 만개하기 전이라 통통한 꽃봉오리만 보이네요. 그리고 스프레이 카네이션! 지난번에는 연핑크색 스프레이를 들인 적이 있는데요. 머리 큰 카네이션보다 작은 스프레이류가 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스프레이 카네이션을 좋아해요. 흰색은 약간... 티슈 뭉쳐놓은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깨끗하니 아름답네요.





 두 번째 꽃병도 첫 번째와 구성은 같지만 더 짧고 귀엽게 연출했어요. 이번에 들인 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의외로 블랙잭 유칼립투스예요. 전반적으로 모든 꽃들이 상태가 좋았는데, 블랙잭이 특히나 크고 싱싱했어요. 지난 방문 때는 크기도 작고 시들시들, 끝은 메말랐었는데 이번에는 손질하기 벅찰 정도였답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손질하기도 전에 떨어져 나온 작은 꽃가지들을 모아 꾸며 주었어요. 저는 가지꽃 중에서는 블랙잭을 가장 좋아해요. 푸릇푸릇하기보단 약간 바랜 색감이 매력적이에요. 또 가지가 매우 튼튼해서 지지대 역할도 하고요. 그만큼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해서 좋아요. 유칼립투스는 종류가 몇 있어요. 보통 꽃시장에서는 파블로 또는 블랙잭이 많이 보일 텐데요. 파블로는 작은 화살촉 같은 잎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가지가 가늘고 힘이 없어서 추욱 늘어진답니다. 자연스러운 연출을 원한다면 파블로가 더 잘 어울릴 거예요. 저는 든든한 기둥 같은 존재가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싶어 블랙잭을 선택했어요.





 세 번째 꽃병은 핑크 그라데이션 튤립입니다. 아직까지 튤립은 다른 꽃이랑 조합하기 어렵게 느껴져요. 그래서 깔끔하게 튤립만 꽂았어요. 앞으로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습니다. 이 꽃병은 두 번째 콘셉트이기도 해요. 바로 재충전입니다. 1월에 충분히 쉬면서 그동안 나빠진 건강도 챙기고, 많이 움직이고, 잘 먹고 재충전하려 합니다. 꽃이 제가 생각한 콘셉트를 알아차린 걸까요? 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처음 손질해서 꽂았을 때 튤립들이 저렇게 꼿꼿이 머리를 들고 있지 않았어요. 줄기가 각기 다른 포물선을 그리며 여기저기 추욱 늘어졌습니다. 이 친구들이 물을 먹어도 고개를 들긴 드나 싶을 정도로 아주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 같았어요. 그런데 꽃꽂이를 하고 나서 머리가 위로 향하도록 지지한 상태로 두니 2~3시간 만에 저렇게 고개를 들었어요. 와! 이렇게 힘 있게 살아나다니. 저도 튤립 같은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체력도 종이인간에다가 앞으로의 계획은 막연히 머릿속으로 그리고만 있지만, 체력도 멘탈도 부지런히 키워서 새로이 도약하자고 말이에요.


 꽃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튤립이나 카네이션은 다른 꽃들에 비해 특히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그 이유는 꽃이 어디서 왔느냐에 숨어 있답니다. 국내 재배는 보통 5~7,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에요. 앞서 말한 마감 세일이나 상태가 조금 시들시들해서 빨리 팔아야 할 때는 3,000원에도 들일 수 있어요. 반면 수입 재배는 기본이 12,000원 정도부터 시작해요. 보통 15,000~20,000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격을 물어보기 전까지는 저 꽃이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알기 어려울 거예요. 보통 '와, 저거 색깔 되게 특이하다!'싶은 건 수입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수채화 같이 물 먹인 색감, 무지개 색감, 푸른 색감을 띠는 꽃들은 대부분 수입산이에요. 겨울의 차가운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어 푸른색 꽃 가격을 열심히 물어보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다음에는 꼭...! 거금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겨울 콘셉트를 담아내리.





 마지막  번째 꽃병은 하늘색 미니 델피늄이에요. 요즘 하늘이 참 파랗고 예뻐서, 겨울 하늘을 담은 꽃을 데려왔습니다. 델피늄을 다듬으면서 떠오른  있어요. 델피늄은 외유내강이다! 꽃잎이 정말  불면 날아갈 것처럼 얇고 가벼워요. 가지도 아주 얇아서 손질할 때도 조심히 다뤄야 해요. 하지만 이런 가녀린 생김새에 비해 꽂아놓으면 추욱 처지지 않고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있어요. 지지대 역할로 커다란 블랙잭을 꽂아 주었는데 블랙잭을 꽂기도 전에 혼자서도 우뚝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튼튼한 꽃이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가녀리지만 속은 아주 단단한 꽃입니다. 저도 델피늄 같이 속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말랑한(?) 상태니까요. 속이  단단해지려면 지금보다  많이 경험하며 깨닫는 바가 있어야겠죠? 시간의 힘도 필요할 테고요. 지금  순간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요.


 델피늄도 생각보다 물을 정말 빨리 먹더라고요. 가지가 가늘어서 많이 꽂아놓은 것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른쪽 사진은 처음 물을 먹인 다음 날인데요. 그새 물이 바싹 마르다 못해 목이 마른 지 머리가 추욱 쳐졌더라고요. 바로 긴급 수혈에 들어갔어요. 차가운 물을 채워주면 한 시간도 안 되어 다시 머리를 쏙 든답니다. 꽃은 참 신기해요. 사람처럼 말하거나 동물처럼 몸으로 움직이는 대신 물을 마시며 자기 상태를 표현하거든요. 또 물이 줄어드는 걸 보면 아, 정말 살아있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렇게라도 아름다운 꽃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꽃과 함께 새해를 시작할 수 있어서 출발이 좋아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되고, 살아 있는 생명을 정성 다해 가꾸려는 마음을 기를 수 있어요. 벌써 꽃시장에 주기적으로 방문한 지도 5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갈 때마다 싱그러운 꽃이 반겨주는 그 느낌이 좋아요. 품에 한가득 꽃을 안고 올 때면 팔이 아프기도 하고 조금 피곤하지만 그마저도 녹일 만큼 꽃의 매력은 무궁무진합니다. 꽃을 다듬으면서 깨달음도 더 깊어지고 있어요. 이번에 튤립과 델피늄을 보고 느낀 것처럼 말이에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아름다운 꽃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지요? 분명 마음에 큰 울림이 퍼질 거예요.


 1월의 꽃꽂이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미리 설 연휴 잘 보내시고요. 2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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