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단가
=
등록금 총액
나누기
학기당 주차 수
나누기
주당 수업 시수
대학들은 신입생을 모집할 때 장학금의 규모를 홍보하는 경우가 꽤 있다. 신입생의 경우는 국장(국가 장학금)이나 부모님의 회사에서 주는 장학금, 혹은 성적이 좋아 학교나 혹은 관련 단체에서 받는 장학금들이 있는데, 아무리 종류가 많다고 해도 신입생들은 재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수혜의 범위가 좁다. 등록금이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만큼의 돈이 순수하게 저축이 되려면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어서 1학년 수업 첫 시간에는 꼭 수업 단가를 스스로 계산해 보도록 한다.
일단 휴대폰의 계산기를 꺼내게 한 다음 등록금 액수를 입력하게 한다. 매번 알게 되는 것이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냈던 등록금의 정확한 액수를 기억하지 못한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부모님이 그냥 주시니까 학교 계좌로 이체했기 때문에 등록금의 세부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거나 액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에는 소홀하다. 정확한 금액은 오히려 돈을 내어주셨던 부모님이 기억하신다. 여기저기서 얼마라고 얘기들 하는데 백만 단위는 같지만 십만 단위부터 기억하는 숫자는 다 다르다. 등록금 반값을 외쳐대면서 정작 자신이 냈던 등록금의 액수를 정확하게 기억 못 하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단 등록금 액수를 대충 계산기에 입력하게 하고,
"1학기의 수업은 15주니까 나누기 15!
그 금액에 한 주당 수업시수가 대개 20시간쯤 되니까 나누기 20!
자, 얼마 나왔니? 그게 너희 등록금 시간당 단가야."
전공에 따라, 수업 연한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오지만 꽤 놀랄 만큼 수업의 시간당 단가는 쎄다. 마지막으로 알바의 당해 시급과 비교를 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시급이 아무리 높아도 수업 단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게 되고 집중하지 않는 수업이 매우 럭셔리한 낭비임을 알게 된다. 하루를 결석해서 수업을 못 들으면 거의 원헌드레드 따우전드 이상의 낭비를 한 셈이 된다. 학생들의 눈이 조금 커진다. 생각보다 좀 쎄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계산기를 두드려서 수학과 수업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건 그때뿐이다. 바로 계산기를 놓는 순간부터 나는 계속 "앞에 봐."를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