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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May 03. 2024

폴 오스터와 크리스토퍼 크로스

폴 오스터를 생각하며 


요 며칠 동안 머릿속에 반복되는 팝송 멜로디는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best that you can do>였다 (1981년 영화 <아서>의 주제곡으로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수상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심심하면 틀어주는) 

이 노래의 후렴구에는 "달과 뉴욕시 사이에 붙잡혔을 때 최선의 일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는 가사가 있다. 이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며 듣고 있는데, 인스타그램 피드를 올리다가 폴 오스터의 부고를 접하게 되었다. 어제 77세로 돌아가셨다고... 



폴 오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첫 번째 책은 <뉴욕 삼부작>이며 내가 첫 번째로 읽은 그의 장편 소설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문팰리스(달의 궁전)>이었다. 

그래서 낭만적인 <best that you can do>의 맬로디와 가사가 뭔가 애절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내가 본격적으로 폴오스터에 빠지게 된 것이 바로 이 두 권의 책이니, 내 청년기는 폴오스터의 뉴욕과 문에 사로잡혔다고 해도 좋다. 

뉴욕이라는 음습한 거대 도시와 그 누추한 불빛 아래서 일어나는 지적인 이야기들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뉴욕 삼부작> 그리고 온건하지 않은 화자가 등장하는 묘하게 흡입력 있었던 그의 문체들... 요나 모티브, 특유의 맥거핀 화법들과 뭐랄까 특별한 화자들을 등장시키는 묘한 회고적 스타일... 



얼마 전 폴 오스터의 <4321>를 읽고 감상을 남긴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왕성한 그의 활동에 감화를 받았었는데,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4321>에서 보여준 젊음 자체에 대한 희구와 갈망이 내내 여운처럼 감돈다. 


밀란 쿤데라, 폴 오스터, 프린스, 조지 마이클 등등 내 젊은 시절을 풍성하게 해 주었던 아티스트와 소설가들의 부고를 들으면서 한 시절의 종언이 선언됨을 느낀다. 

그리고 생각만큼 이들의 죽음과 아쉬움이 다소 덜하단 생각도 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들의 죽음에 대한 나의 성급한 애도, 혹은 충분치 못한 애도에 스스로 불만족을 느낀다고 하는 게 맞다. 


나 역시 SNS를 통해 부고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휴대용 배터리 기기들이 없었던 시절 작은 불빛에 의존해 책을 읽었던 시절의 즐거움들도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오늘 뭔가 숙제처럼 책을 빌려왔는데, 그의 책을 읽지 못할 것이란 예감에도 습관적으로 두 권을 빌려왔다. 아무 데나 펼쳐놓고 몇 문장 읽다가 계속 넘기는 행위를 하며, 자기 전까지 애도를 할 생각이다. 


안녕, 폴 오스터 

그리고 설레던 청춘의 밤들을 하얗게 태운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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