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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새 May 29. 2022

우리 집 짓고 있어요.

남해바다에 안긴 타이니하우스

우리 집에 대해 (그리고 브런치 자체에) 글을 쓴게 벌써 3개월 전이더라. 그간 집 짓기를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고, 겨우 겨우 방법을 찾아 진행하면서도 수 많은 결정을 내리다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결론은, 우리 집 짓고 있다!


집 짓는데 있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물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았고, 섬에서도 물이 없는 동네다보니 지하수를 파도 나올까 말까 미지수였다. 다행히도 아주 적은 양이지만 지하수가 나오긴 나왔고 이제 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건축 허가 서류를 내고 보완 결정을 받았다. 즉, 허가를 줄 수 없는 사항이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보완해서 다시 허가 신청을 하라는 뜻이다. 어떤 내용인가 봤더니, 우리집에서 오수를 흘려보낼 수 있는 오수관이 없다고한다.


원래 집을 짓기 위해 (허가를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도로, 물, 오수처리인데 도로는 지적도를 보면 확인이 가능하고, 물은 우리와 같은 경우 지하수를 실제 파봐야 알 수 있다. 오수처리는 보통 주변에 맨홀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맨홀이 있다는 것은 주변에 오수 관정이 있으니 그쪽으로 오수를 흘려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 지역에는 맨홀에 "오수" 혹은 "하수"와 같이 써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곳은 처리 시설이 없으니 구멍이 송송 뚫린 맨홀을 보고 그 여부를 판단한다.


비전문가가 이런 사항들을 모두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1) 건축사무소 혹은 토목사무소 2) 관할 지자체를 통해 확실히 하길 추천한다. 그래서 이 땅에 대해서도 구매하기 전에 이 3가지 사항을 확인했고, 오수에 관련해서는 건축사무소 그리고 오수처리 담당 공무원을 통해서도 "주변에 맨홀이 있으니 문제 없습니다. 오수는 그쪽으로 보내시면 돼요"라는 답을 얻었다.


그런데 막상 허가 서류를 내고 나니 오수 처리가 되지 않아 허가를 줄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왜냐는 질문에 이런 답을 받았다.


"주변에 맨홀이 있지만, 그 밑에 관이 어디에 도착하는지 저희가 모릅니다. 바다로 가는지, 남의 땅으로 가는지, 당시 시공 서류가 폐기돼서 저희도 몰라요."


즉, 그 관의 행방을 알아야 나중에 분쟁을 차단하는데, 시에서는 자료를 폐기하여 행방을 알 수 없으니 허가를 줄 수 없다. 건축주가 알아내던지, 새로 만들던지, 어쨌든 허가를 줄 수 없단거다.


담당 시공무원분들도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현장에 가서 많은 노력을 하셨고, 그게 어려웠다는건 이해하지만 시에서 만들어 놓은 관정이 어디로 가는지 시에서 보관하는 서류를 폐기했기 때문에 기록이 없고, 따라서 시에서 알 수 없기 때문에 허가를 줄 수 없다니 참 답답했다. 드론을 띄워서라도 우리가 확인할까?  


이 문제로 한달 이상 골머리를 앓다가 결국 우리가 비용을 부담해서 가까운 바다까지 오수관을 연결하기로했다. 그나마 이 방법이라도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 땅에서 250m만 가면 바다였고, 또 거기까지 가는데에 국유지로 만들어진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국유지가 아니라 사유지였다면 토지 아래로 관을 심기 위해 소유주에게 토지 사용 동의를 받아야하고, 그에 대한 비용도 지불했어야한다. 만약 토지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것도 불가능한 옵션이었을 것이다.


꽤 큰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게 되었지만 더 지체하기는 싫었다. 그렇게 건축 허가는 나왔고, 토목 공사가 시작되어 타이니하우스도 착공에 들어갔다. 현 시점 기준으로 토목은 완료되어 타이니하우스가 올라갈 집터 기초 공사도 완료되었다. 6월 중순에 집이 완성되면 이제 집을 올리기만하면 된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는 되겠지하는 배짱이 생겼다.


집이 완성되면 우리가 감당해야할 육체노동은 어마어마하겠지만, 워낙 쉽게 얻어진 집이 아니다보니 그마저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우리의 간절함과 수 없는 싸움과 눈물과 땀이 배어있는 집. 우리의 첫 집. 우리가 지은 집.


그런 집에서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고등어회에 고구마 막걸리 한잔하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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