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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Feb 09. 2022

지방 자치의 꽃,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광역시의 인구가 300 만 이하로 떨어졌고 취학 아동의 수도 급강하고 있다는 뉴스가 일제히 보도된 적이 있다.

그 뉴스 헤드라인이 "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이었다. 이제 부산에는 고령층과 푸른 바다만 있다는 의미의 서글픈 제목이었다.


부산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제2의 도시였다. 경부 고속도로의 개통과 더불어 오늘날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서게 한 수출 주도 성장의 물류 전진기지이기도 했다.

그런 부산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 도시 주로 수도권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 어촌의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인근의 대도시로 이주함에 따라 농어촌의 인구는 고령화되었고 학령기의 유소년들이 없어 시골 초등학교들이 폐쇄되었다는 소식은 몇십 년 전부터 익히 들어왔던 바이다.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이란 헤드라인 뉴스는 우리나라의 지방 소멸 현상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지방 소멸이란 부산이나 울산 그리고 광주 등의 지방의 거점지였던 대도시들의 인구가 격감하면서 그만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었음을 말한다.


수도권의 일자리가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기 마련이다. 수도권의 많은 일자리로 인해 유입된 인구는 무한한 소비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 여파로 서울에 가면 무엇을 팔아도 잘 팔린다는 통념이 생겼고 상권 또한 발달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방 소멸과 더불어 수도권의 교통난을 유발하고 심각한 주택난을 가져왔으며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왜 이처럼 우리나라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가 심해진 것일까?

역대 정부들이 추구했던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제인가?


입시철이면 서울대, 서울 약대, 서울 상대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우스갯말이 떠돌곤 했었다.

즉 서울에 있는 대학은 서울대이고 서울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대학은 서울 약대이며 서울 상대는 서울에서 상당히 떨어진 대학이란 뜻이다,

이런 우스갯소리에도 지방 소멸이란 심각한 현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말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은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인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를 비롯해 정치, 경제, 문화의 핵심 기구들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교육의 중심도 서울이다. 수도권의 대학들이 지방대학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현상으로 인해 서울대와 서울 약대 서울 상대라는 풍자가 생겨났다. 이는 중앙집권적인 우리 문화의 풍토와 그것을 추구하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부터 지방분권을 약화시켜 국토의 중심 즉 수도에 있는 왕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 형태인 중앙집권을 추구해 왔다. 왕은 왕권을 위협하는 지방 토호 세력을 약화시키고 지방 행정을 중앙에서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조선시대 왕은 양반이라고 하는 관료 세력을 수도권에 거주하게 함으로 효율적인 중앙집권 문화를 공고히 해 왔다.

지방 명문가들도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서울에 입성하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했다. 임금 눈에 벗어난 관리가 벌을 받아 지방으로 유배되는 문화 또한 수도를 중심으로 수도를 동경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지방자치 문화를 확립하자는 취지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기구가 정치적 결단에 의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위로부터의 정치적인 개혁으로 옥상옥 같은 또 다른 새로운 지배세력만 양산하였을 뿐이다. 근본 취지에 맞게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지방 소멸 현상은 더 심각해졌다.


20 년 전 내가 살았던 스페인은 지방분권이 매우 발달된 나라이다.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중세 시대부터 지방 중심의 특색 있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유럽도 산업화로 인해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페인 또한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로 인구가 집중되기는 하나 그 현상이 우리처럼 심각하진 않다.


우리 가족이 살던 도시 비토리아는 스페인 북부 지역 바스크 자치 정부 소속이었다. 바스크 정부는 인센티브를 주면서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면서 거점 도시 한 곳에만 기업을 집중시키지 않고 자치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목표로 기업 분산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바스크 정부의 중심도시는 스페인 4 대 도시인 빌바오였다. 빌바오는 제철업과 조선업의 쇠퇴로 경제적인 몰락의 위기가 왔다. 그때 바스크 자치 정부는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의 유럽 분관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을 빌바오에 건축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한 미술관 개관으로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어 지역 경제를 부흥시켰다. 남편의 회사 또한 바스크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고 공장을 세웠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치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이처럼 스페인의 지방자치 정부는 자치령에 속한 국민들의 경제 발전과 복지를 위해 중앙정부의 간섭이나 관리를 받지 않고 지방정부만의 독자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스페인의 지방자치 정부는 공식 표준어인 에스파냐어와 더불어 자치주만의 독특한 지방 언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정책을 시행한다. 북부 바스크 주는 에우스께라(Euskera) 라 불리는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바스크 지역에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에따(Eta)라는 저항 단체가 있었다. 에따는 분리독립을 관철하기 위해 바스크 지역 중심도시인 빌바오에 폭탄 테러를 저지르곤 했다. 우리 가족이 살던 때도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가끔 들었다.

이와 같이 지방 자치주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방분권이 발달했으며 지방분권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분리독립 주장이 활발한 또 다른 지역이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하는 스페인 남부의 까탈루니아 지방이다. 그래서 몇 년 전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가 실시된 적도 있었다.


이처럼 중앙정부로부터 벗어나려는 독립 시도가 있을 정도로 지방분권적인 자치문화가 발달한 곳이 스페인이었다. 따라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국토의 대부분이 균형 있게 개발되고 보존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활기찬 도시였던 부산이 노인만 있는 도시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가족이 한때 살았던 작은 도시인 비토리아를 떠올렸다. 스페인도 뉴욕발 금융 위기 때 재정적자로 인해 위기를 겪으며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니 인구 이만의 정겨웠던 도시 비토리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노인만 남은 쇠락한 도시로 변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Guggenheim Museum). 출처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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