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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Feb 03. 2022

영국 탐험 3탄

부제 : 스페인에서 보낸 특별 휴가 중

셋째 날은 나와 아이들이 홀로서기 여행을 했다. 여행 책자와 런던 시내 지도 그리고 튜브로 불리는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손에 들고 런던 시내로 향하는 전철을 탔다.

가는 도중 열차가 세계적인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윔블던에 정차하기도 했다. 뉴스를 통해서 듣고 보기만 했던 그 유명한 곳을 지나간다는 신기함과 뿌듯함이 있었다.


출근 시간을 지나서인지 열차 안은 한가했다. 거기서 신혼여행을 온 한국 관광객을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또 다른 한국어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반가워서 그쪽을 바라보니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마르고 왠지 옷차림이 구식인 남자 두 분이 있었다. 북한 사람들이라고 신혼부부가 말했다. 듣고 보니 말투가 이북 사투리였다.


영국도 인건비가 비싼 나라이며 현지 청년들이 기피하는 3D업종의 일을 아프리카나 인도에서 이주해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한 지 오래였다. 그런데 그들 이민자들의 인건비도 오르자 그보다 더 싼 북한 인력이 공급되었다고 한다.


런던 시내에 도착해서 신혼부부와는 작별을 하고 안내 책자를 따라 자연사 박물관부터 방문하기로 했다.

박물관을 향하여 가는 도중 또 시내 한가운데 세워진 넬슨 제독의 동상을 보고 있는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번에 만난 사람들은 생활의 여유가 있어 보이는 관광 하러 온 고위층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들을 보면서 반갑다기보다 먼저 경계심부터 가졌던 기억은 씁쓸하기만 하다. 늘 잊고 사는 분단의 현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자연사 박물관으로 가는 도중 잠시 길을 잃어 한 영국 부인에게 길을 물어보았다. 참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프랑스와 영국을 굳이 심술궂게 비교하자면 영국인들은 친절한 반면 프랑스인들은 불친절하고 오만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프랑스 노인들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동양인들을 다 소매치기로 여기는 모양인 것 같았다. 사실 프랑스에서 자신의 아들을 소매치기로 몰아붙인 황당한 사건을 겪은 한 지인은 프랑스라면 치를 떤다.


자연사 박물관도 여행 책자에서 꼭 가보라고 한 장소 중 하나이다. 자연 생태계의 모습을 정교하게 재현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이들은 지진 체험관에서의 생생한 체험을 좋아했다.


전 세계 각국의 유물 전시관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 유물 전시관도 있었다. 우리의 국력이 약하여 빼앗긴 보물들을 영국인들이 진열해 놓고 돈을 벌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관은 이집트관이었다. 마치 이집트에 온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전시관을 빠져나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영국이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로부터 많이도 약탈해 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해적의 나라답다는 얄궂은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가져온 그 많은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서 당당하게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영악한 상인의 나라의 모습을 본 것이다.

이 나라는 식민지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르며 약탈해 온 부를 기반으로 여전히 잘 살고 있는 반면 수탈을 당한 식민지 국가들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비정한 세계사의 현실. 그것을 마주하며 권선징악의 논리는 동화책 안에만 있는가 보다란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자연사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영국 국회의사당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방문해서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 유람선을 타고 템스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런던 브리지를 보았다.


블로그에 올려볼까 해서 20여 년 전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았다. 사진들을 보면서 사진 속에 나오는 장소가 어디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저기 분주하게 발을 찍고 다니기에 바빴던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은 여행 중 사진 찍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여행 후 인화된 사진을 즐겨 찾아보지도 않을 것이고 어떤 의미에선 마음대로 처분하지도 못하는 짐이 되어버릴 수 있음을 일찍이 간파했는지도 모른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그 찰나의 순간에 집중하자는 주의였다.


20여 년 전 나와 아이들의 그 당시 순간의 모습이 사진 속에 박제되어 담겨 있다. 사진 속의 나는 젊지만 너무 수수하고 촌스럽다. 그때나 지금이나 외모 꾸미기에 관심도 없는 편이고 소질도 없는 나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여행을 하는 피곤함과 긴장감이 있어서 표정도 그리 밝지 못하다.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을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란 아쉬움이 남는다. 예쁘게 포장되지 않은 그때 그 순간의 날 것의 표정이 나의 진면목인가 싶어 부끄럽다.


요즘은 곳곳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이 넘쳐난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라 했던 남편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된다.


정치범들을 수용하는 감옥이었던 런던탑 구경을 마지막으로 영국 탐험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이야기는 4 탄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템스강 유림선에서 찍은 런던 브리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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