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초마다 바뀌는 화려한 전광판이 반짝거리는 타임스퀘어, 항상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거리, 유명한 브랜드는 다 모여있는 쇼핑거리..
그 비좁은 사이 사이를 뚫고 나는 유모차를 끌고 매일 뛴다. 블락을 건널때마다 마주치는 새로운 노숙자들, 담배피면서 유유히 걷는 흡연자들사이로 말이다. 유모차에 타있는 2살짜리 아기에게 혹시나 담배재가 날리지 않을까 싶어 덮개를 더 꾹 내리며 더 빨리 뛴다. 그렇게 정신없이 뛰다 보면 아스팔트 사이사이에 고여있던 정체모를 구정물이 내 바지에 튈때도 있다. 피하려다가 오히려 제대로 맞은 격이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블락을 건너려 신호등을 기다리며 물티슈로 닦아내지만 찝찜함까지 닦아내지는 못한다. 이런 나에게는 매일 아침 뉴욕의 화려함보다는 불쾌함이 더 크게 와 닫는다.
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맞은 편 건물에서 일한다. 애기 유치원은 오피스에서 한 건물 더 떨어져 있는 사내 유치원. 오피스와 유치원 모두 맨하탄에 위치해 있지만 우린 맨하탄에 살지 않는다. 뉴저지에 살고 있고 있지만 차가 없다. 매일 아침 애기와 나는 지하철을 타고 허드슨 강을 가로질러 33번가 브로드 웨이에 내린다. 1년 전 뉴욕으로 이사와 처음 출근 했을 때 큰 도시에 사람이 많은 것도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1살짜리 애기를 유모차에 태워 출퇴근 시간 북적이는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사실 초기에 결백증처럼 바깥 세상의 물체에 닿는 소지품들을 집에 와서 소독하는게 손이 많이 갔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부터 나와 애기를 지키기 위함이였다.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맨하탄에 도착해 4블럭을 뛰고 뛰어야 유치원에 도착한다. 4블럭이 멀지 않을 수도 있지만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내 노트북과 아기 준비물들을 잔뜩 실은 유모차를 끌고 애기가 울진 않을까 중간중간 체크하며 가끔 노래도 불러주며 가는 건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사실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10분 - 지하철 안에서 15분 - 내려서 유치원까지 15분. 이렇게 거의 한 시간 정도를 아기와 함께 출근 하는데 시간을 소요한다.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오피스에 앉으면 계절과 상관없이 땀범벅이가 된 채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미 일도 시작하기 전 체력이 다 소진되어버렸다.
나의 평일엔 남편과 함께 하지 않는다. 남편은 차로 4시간 떨어진 메릴랜드에서 일한다. 그렇다. 우린 주말부부다. 그도 나도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한다. 평일 독박육아로 힘들지만 남편도 금요일 오후에 4시간을 달려 뉴저지로 온다. 그리고 토요일은 아이와 함께 보낸 후 일요일 정오가 되면 다시 4시간을 달려 메릴랜드로 돌아간다. 그도 가족과 떨어져 외로이 시간을 보내지만 자유시간이 없는 나는 그가 부러울 때가 더 많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 때면 마음 속에 생긴 어줍잖게 생긴 모성애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소소한 일상들을 나누고 싶다. 힘든 일도 많지만 나만의 극복 방법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오는 무기력함을 싸워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