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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받다.

내가 공주가 되는 시간

추석.

시누네까지 다 모여 저녁을 먹던 추석날 저녁.

작은 고모부님은 내 칭찬을 시작한다.

너희 큰 숙모 같은 여자랑 결혼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마지막 한마디는 잊고 살았던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했다.

"사각턱만 아니면 된다."

그래 나 사각턱이었지?

청소년기부터 사각턱에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후덕한 아줌마가 된 후로 잊고 살았던 나의 얼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맘 카페에 사각턱 보톡스 잘하는 곳을 검색하여  찾아갔다. 기본이 45,000원인데 사각턱이 너무 심해서 좀 더 센 걸로 맞아야 한단다. 남편 카드로 53,000원을 결제하고 수술 침대에 누웠다. 먼저 맞아본 옆 방 샘의 말대로 따끔따끔따끔 딱 세 방에 끝났다. 왼쪽. 오른쪽 여섯 번의 주사를 맞고선 요정 할머니의 도움으로 멋지게 변신한 신데렐라처럼 당당한 발걸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턱이 얼얼해져 갔고 일주일 만에 만난 친구는 아무리 살이 빠져도 그렇지 턱이 너무 갸름해졌단다. 대성공이다!

한술 더 떠서 맘 카페에 얼굴축소 마사지샵도 검색했고 오늘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샵을 방문했다.

등이랑 배랑 팔을 마사지할 땐 비명을 마구 질러댔지만.

얼굴은 몇 번의 손길만으로도 차이가 보인다며 보라고 거울을 내민다. 확실히 마사지를 한쪽은 한층 리프팅이 된 모습이 보였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는다. 나는 괜찮으니 맘껏 찍으라고 했다. 성형 전후의 습을 비교하듯 효과 좋은 모델로 발탁되어 어느 마사지샵 전단지에 내 얼굴이 바람에 나부낄지도 모를 기대감을 안고 말이다.

마무리로 팩을 하고 누워있는 10분이. 따뜻한 전기장판의 온기 때문인지 공주가 된 느낌이다.

결혼 전엔 식당을 하시는 할머니에 아버지에. 두 동생들 도시락을 4개씩 싸면서.

결혼 후엔 시댁 빚 갚고. 남편 빚 갚고. 시부모 모시며. 내 학자금 대출 갚고. 두 아들 키우며 돈 만원에 벌벌 떨고 살았었는데, 작년 말 시어머니의 쌍욕 사건 이후로 더 이상 그렇게 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여러 번의 이혼으로 늘 나를 근본 없고 가정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다고 무시하는 시어머니의 속마음을 드디어 알아버린 것이다.


어쩌면 지독히도 고생만 하고 사는 내 모습이 참으로 불쌍하기도 하여 하나님께서 알게 하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너를 챙기며 살라고.

너의 가치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는 너를 희생하며 살지 말라고.

너는 내 손으로 만든

아주 사랑스럽고 귀한 존재라고.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너를 사랑하라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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