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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으로.

일주일간의 코로나 자가격리를 마치고...

1월 31일. 아직 바람은 차다.

아파트 아래 소호동 바다로 오랜만에 산책을 다녀왔다.

시어머님의 확진으로 인한 밀접접촉자로써의 나의 일주일의 삶은 참 다채로웠다.

그리고

집안을 정리하며 내 옷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직면하기 싫어 회피하기만  하였던) 실감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직장 일로 쇼핑이 어려웠던 나는 인터넷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옷이 구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니 이렇게 싸다니 이건 사야 해~"

"너무 감각적인데? 이건 진짜 못 입는다 하더라도 소장각이야. "

"뭐야~이거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도깨비의 명대사처럼

너와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옷이 너무 이뻐서

가격이 너무 싸서

하나밖에 남지 않아서

인터넷에 있던 떠다니는 옷들과 함께한 나의 날들은 너무 좋기만 했다.

우리나라의 패션산업은 왜 이리 발전을 해서 말이야.

어쩌면 이렇게도 멋진 옷들이 하루가 다르게. 아니다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지 가히 감탄을 감추지 못할 정도다.


그리고

반성했다.

하나밖에 없는 몸뚱이를 위해서 이리 많은 옷을 산 것을 말이다.

나는 왜 옷에 집착을 했을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남들보다 멋지게 보이기 위함도 어느 정도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남의 눈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니...

그저 나로 살지 못하고.

남의 눈을 의식하며 '너는 특별하단다.' 라는 동화에 나온 펀치넬로처럼 남에게 금빛 별표를 받기 위해 에너지들을 쏟으며 살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루시아처럼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늘 남의 평가와 인정에 목마른 삶을 살았던 나의 못난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남편의 옷이 너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설 연휴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면 남편 옷을 좀 사러 가야겠다.

비록 164의 키에 82 키로면 어떤가?

바지의 반을 잘라내더라도, 허리가 가장 큰 사이즈의 바지를 입히더라도 구박하지 말고 옷 한 벌 사줘야겠다.


밤 11시면 어김없이 우두둑 우두둑 생라면 깨먹는 소리가 들린다 해도, 딸기 한 다라를 하룻밤에 다 먹어치운다 해도, 밥 먹고 나서 후식으로 사과 2개를 혼자 다 먹어치운다 해도 구박하지 않으리라.

나의 잔소리는 이미 남편에게 가장 편안하고 최적화된  BGM이 된 지 오래기에.


비록 자기 식구들밖에 모르는 우주 최강 효자이자 마마보이지만 그래도 나의 두 아들의 아빠가 아닌가?

나는 남편 삶의 우선순위 저 아래 보이지도 않는 어느 곳에 자리하고 있을지언정.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두 아들들에겐 엄마 다음으로 그리고 여자 친구 다음으로 어쩌면 세 번째 순위에 있을지도 모르는 아빠이기에.


25년 애증의 세월을 함께 한 친구로서라도 말이다.


그도 누군가에겐 귀한 아들이었겠지.

누군가에겐 귀여운 남동생이었을 테고

그리고 젊은 날엔 어떤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남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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