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의 생일은 언제일까?

태어난 날도 알지 못하는 환영받지 못한 존재. 나.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아침부터 목사님, 작은 고모와 조카와 교회 친구들, 대학원 동기까지 카톡으로 나의 생일을 축하해준다.


남편과 두 아들의 축하인사는 어디에도 없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 남편은 재차 묻는다.

오늘로 셀 거냐고. 내 생일은 4월 4일 아니냐고. 수요일은 약속이 생길 것 같으니 오늘 저녁밥을 먹자고 한다. 내가 회를 좋아하니까 회를 먹자고 한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는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 두통약을 하나 먹었는데, 오후에도 진정이 되지 않아서 두통약을 한 알 더 먹은 뒤였다. 내 속은 여전히  메스껍고 토가 언제든 나올 것만 같은데. 남편은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고 한다.

오늘에라도 챙겨 받지 못하면 더 슬플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시동생에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살 때도 남편이 내 생일에 술 먹고 안 들어왔어도 하나도 서운하지가 않았는데.

어쩌면 내 생일을 챙겨주는 게 더 어색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연년생 남동생이 신혼여행을 마치고 온 날.

아버지께 드린 전화에서 동생이 집이며 땅이며 다 자기 앞으로 해달라고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아버지의 말에 나는 주르륵 눈물이 났다. 그날은 내 생일이었는데. 아버지는 몇십 년째 내 생일을 기억해준 적도, 챙겨준 적도 없었다.

엄마도. 할머니도. 아빠도 아무도 내 생일을 기억해주지도. 챙겨주지도 않는다. 평생 동안.

하지만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오늘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나는 둘째 딸로 태어났다.

'또 딸이네~'이 말은 내가 처음으로 들었을 말일 것이다. 엄마 말에 의하면 할머니는 또 딸이라며 강보에 쌓인 나를 윗목으로 쓱 밀어버렸다고 한다.

할머니는 늘 내가 음력 사월 초난 날에 태어났다고 했었는데, 아버지는 4월 2일에 태어났다고 한다. 엄마가 살아계셔서 물어봤던들 나를 낳은 엄마도 내가 언제 태어났는지 알지는 못할 것이다.


환영받지 못한 출생.

나의 삶은 이미 비극으로 가득 찼을 거라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두 살 때 나를 버리고 나간 엄마와 스물세 살 때 자식보다 새엄마를 선택한 아버지. 다시 살아보고자 자식을 찾아왔으나 또 한마디 말도 없이 집을 나간 엄마. 그리고 집 나가버린 손녀딸 이름을 5일 내내 부르다가 한 끼도 안 드시고 끝내 돌아가버리신 할머니. 25년간 헌신했던 시어머니에서 쌍욕을 얻어먹고서 뿌리째 뽑혀서 세상에 내동댕이 쳐진 존재.


그게 바로 나다.


비록 나의 출생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못했을지라도 나의 죽음은 많은 사람이 슬퍼해주기를...


나는 오늘도 내 삶에 최선을 다한다.


나는 이 땅에 왜 태어난 것인지 오늘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누구 하나 의지할 곳 없는 이 세상에서.

슬픈 마음을 애써 꾹꾹 누르며

미소 띤 얼굴로 내 삶에 최선을 다한다.


나처럼 아픈 누군가에게 손 내밀어주면서.

그 사람의 삶이 나로 인해 1그램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바라면서.


오늘을 산다.

오늘 또 눈이 떠졌기에.

내일은 눈이 안 떠지기를 바라며.

이제는

더 큰 슬픔들을 맞이할 자신이 더는 없어서.


오늘 밤만은 제발 평안히 잠들어버리기를.


어차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해도

나는 나의 길을 가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기에.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