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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시작하며...

이제 오십이 된 나를 맞이하다.

2023년이 되고도 어느새 28일이 지났다.

고단했던 2022년을 뒤돌아 본다.

  첫 번째로 대학원에 입학하여 두 학기를 보내며 하루에 왕복 7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운전하면서 나의 충동적인 성격에 대해서 진심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지만 상담심리를 전공하기로 선택한 것에는 후회는 없다. 좋은 교수님들과 좋은 동기들을 만나서 행복한 한 해를 보냈으니 말이다. 내 생전 처음으로 상담이라는 것도 받아봤다. 총 6번의 짧은 상담이었지만 나란 사람에 대해서 많은 통찰을 얻게 되었다. 그동안 나의 감정을 전혀 돌보지 않고 살았고 다소 충동적이며 현실감각 떨어지는 ENFP사람. 바로 나다. 1년간의 공부를 통해서 상담이 결코 쉬운 길도 아니고 돈이 보장되는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남은 3학기도 잘 마칠 것이다. 내가 시도했던 첫 번째 도전이었으므로. 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첫 발돋움이었으므로. 올 상반기에는 임상심리사 실기도 꼭 합격할 것이고 비공식적으로 무료 상담도 도전해 볼 것이다. 어설프겠지만 언젠가는 노련한 상담가가 되어서 오프라윈프리 같은 토크쇼도 진행해보고 싶다. 힘든 상황에서도 성공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려줄 것이다. 힘든 사람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그리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두 번째로 중2 사춘기 아들과의 전쟁이다. 여자친구 문제로 속을 썩이더니 성적까지 바닥으로 기말고사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미안한 마음이 하나도 없는 중2아들은 지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일하느라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너무 소홀했고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나는 나보다, 내 자녀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배려하고 챙기면서 자녀에게 진심 어린 애정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군대를 제대한 큰 아들도 제2의 사춘기를 맞이하여 클래식 오토바이에 빠졌고 오토방이 동호회에 가입해서 며칠을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있었고 팔에 오토바이 문신이 새겨진 3살이나 많은 누나와 사랑에 빠졌다. 어린 시절 지독한 결핍을 경험한 나로서는 나의 두 아들에게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해 주며 세상은 정말 행복한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지만 결국 그 어긋난 사랑은 나를 밤마다 잠 못 들게 했고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두 아들을 사랑할 것이고 그들이 무엇을 하든 응원해 줄 것이다. 나중에 내 몸이 한 줌의 재로 돌아갔을 때 그래도 엄마가 그리운 날이 하루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세 번째로 나의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죽음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죽음이 세 번째다. 나와 23년을 한 방에서 지낸 엄마와도 같은 할머니의 5일 만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엄마는 53의 이른 나이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대미를 장식한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죽음은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돌아가신 지 삼일째 되는 날 나의 두 눈으로 그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평생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지만 돌아가시고 나서 추석과 설, 두 번의 명절을 지내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보다 못해 드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전혀 내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최근에 망막박리로 인해 눈에 문제가 생기면서 시술을 받았다. 한쪽 눈은 실명상태였고 나머지 눈도 반은 실명상태인 채로 어디 한 군데서 적응하지 못하는 마흔다섯 살이 된 못난 아들을 위해서 운전대를 놓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사실을 나도 작년 초에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도 아버지를 따라서 눈이 서서히 안 보이게 되면 아버지에 대한 미움보다 그리움이 더 커질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힘든 삶을 사셨으리라. 다만 내 눈에만 보이지 않았을 뿐. 나도 언젠가는 깨닫게 되리라. 아버지의 삶과 어머니의 삶과 내 삶이 하나도 다르지 않았음을. 그리고 미소 지으며 떠나리라. 반백년을 살면서 깨닫는다. 삶 결코 길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함을.

  언젠가 남동생도 못난 아들  뒷바라지하며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 평생 일만 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나의 두 아들이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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