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혹시 나도 성인 ADHD?

'ADHD 우리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를 읽고...

북클럽 선정 도서를 대출하려고 들른 도서관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ADHD'라는 강렬한 알파벳들의 나열이었다. 과제를 미루면서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극도의 불안을 경험하거나 메시지를 건성으로 읽어서 약속장소를 다른 곳으로 착각한다거나 해야 할 일을 깜빡해서 손해를 본 경험한 적이 있다. 그래서 늘 내 머릿속에는 '아마도 나는 성인 ADHD일지도 몰라.'라는 막연한 의문을 갖고 있던 터라 20미터 거리에서도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신윤미교수님이 출간하신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일상훈육부터 교우관계, 학업, 사춘기 문제까지 정말 실제적인 경험과 구체적인 팁들이 잘 녹아 나와있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일단 아이용 자가 진단표로 체크해 보니 나는 주의력결핍 점수가 전문가와 심층상담이 필요한 정도다. 언어 재활사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ADHD아이들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된다. 잘 대처하는 부모님이 있는가 하면, 부모님 마음대로 복용하는 약을 조절해서 먹이거나, 아이에 대한 이해를 전혀 하지 못하여 문제아로 낙인찍고 전혀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도 있다. 

때로 약물의 효과는 가히 마법에 가까운 수준으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약을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의식은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고 귀가 잘 안 들리면 보청기는 끼면서 왜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잘 모르겠다. 

모든 발달에는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 내 아이가 혹시?라고 의심이 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고 약물과 함께 행동중재도 같이 이루어져서 아이도 부모도 힘들지 않고 이 사회의 건강한 한 일원으로 잘 성장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육아는 정말 많은 공부가 필요한데,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하며 사는 것 같다.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다. 내 아이의 현 상황을 잘 알아야만 가장 적절한 중재도 해 줄 수 있다. 남의 시선 때문도 아니고 나의 기대 때문도 아니고 내 아이가 가장 잘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나의 남동생도 ADHD였을 것이다. 몇 집 안 사는 시골 동네에서 늘 사건을 일으키는 아이였고 남동생의 과제나 방학숙제도 늘 내 차지였으며, 짜증과 울음이 유난히 많았다. 중, 고등학교 때도 사고를 많이 쳤고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사건으로 합의금을 준 적도 있고 어느 회사를 들어가든지 몇 년 이상을 버틴 적이 없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몇 번의 주식실패로 전재산을 다 날리고 마침내 돈벌이하는 일이 바로 아버지가 물려주신 레미콘일이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의 발달에 관심이 많아서 일찍 검사를 받아서 잘 치료하는 경우를 보면서 내 동생도 그랬으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늘 혼나고 비난받으며 자존감은 바닥을 쳤을 내 동생. 동생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렇게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짠할 때가 있다. 나는 아마도 조용한 ADHD로 큰 물의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다소 부주의하긴 하다. 하지만 늘 나를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는 할머니가 옆에 있어서 나는 아마도 행동치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할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나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고 나에 대한 자존감도 낮지 않았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자살률 1위라는 뉴스는 늘 마음이 아프다. 자살하려는 그 순간, 떠오르는 단 한 명의 얼굴만 떠올라도 그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반성하게 된다.  나 한 사람이라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위로와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말이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까지는 몇 억분의 일의 가능성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 오늘 내 옆에 있는 단 한 사람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보자. 내가 도울 것은 없는지, 어떤 것에 힘들어하는지, 오늘 그 사람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작은 마음을 써 보자. 이런 마음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지고 퍼져 나가서 우리나라가 살만한 곳,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그 사람을 위해 작은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작은 마음이 

오늘을 사는 힘든 누군가에게는 

고단한 삶을 버텨내는 희망이 될 수도 있기에.


작가의 이전글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를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