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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꼬리 스프

by 쓰을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모두 12개의 챕터로 이뤄져 있고 12개의 챕터는 1월부터 12월까 12개의 요리로 채워져 있다. 7월의 요리는 소꼬리스프이다. 여주인공 티타는 페드로(사랑하는 사람이자 형부)와 페드로의 부인(언니)과 가장 소중한 존재 조카 로베르토와 헤어지면서 실어증에 걸리고 삶을 놓아버린다. 티타를 사랑하고 있던 이집의 주치의 존은 티타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보살핀다. 그의 사랑과 열의에도 차도가 없던 티타. 어느날 티타 집의 하녀 첸차가 소꼬리 스프를 만들어서 와서 티타에게 먹인다. 티나는 눈물을 쏟아내는데 이 집의 계단으로 흘러넘칠 정도로 많은 양이다. 그녀는 진하고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고 드디어 감정을 터트린다. 일상으로 돌아오게 문을 열어준 것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 것은 오랜시간 함게 한 누군가의 정성어린 음식이자 국물이었던 것.


책 속의 레시피는 이렇다.

"토막 낸 소꼬리는 양파, 마늘, 적당량의 소금과 후추를 넣고 함께 끓인다. 수프니만큼 평소 스튜를 만들 때보다 물을 조금 더 붓는다. 맛있는 수프는 너무 묽지 않으면서도 맛이 진해야 한다."


소꼬리 스프는 이 책에서 가장 간단한 요리이자 익숙한 요리이다. 재료가 다한 요리. 나는 돈을 들이고 정성은 인스턴트팟이 들인다. 움푹한 그릇에 담으면 꼬리곰탕이고 얄팍한 스프 그릇에 담기면 소꼬리스프가 되겠지. 기숙사에서 첫번째 주를 힘겹게 보낸 딸을 위해 준비한 요리. 뜨끈한 국물을 먹더니 "내일도"를 외친다.


기숙사 삼시세끼가 아이에게 설사를 일으키고 깨끗한 피부를 오돌토돌한 것으로 덮어놓았다. 집밥의 위력은 말해 무엇하랴. 앞으로 기숙사 생활이 생각보다 험난하겠구나, 간식은 더 좋은 걸로 많이 챙겨야겠구나 마음이 분주하다. 남편은 특유의 '첫 설레발'을 경계한다. 한숨 돌리고 주말 노동력을 풀가동해 집밥을 한다. 시래기국을 끓이고 나물도 한다. 마음의 불안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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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소꼬리 스프, 오른쪽은 꼬리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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