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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바라중독자 Dec 25. 2023

점점 어려워요.

완결 후

 '버섯'을 완결했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단 한 분이라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다는 것은 정말 감동스러운 경험이에요.


 소비하는 입장일 때는 몰랐어요. 소비만 하며 살아오다 생산자가 되어보니 이야기를 짓는 것, 개연성을 이어가는 것, 경험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 다 너무 어려웠어요. 너무요.


 이야기를 짓는데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이 무작정 시작했어요. 뼈대없이 생각나는대로 그때그때 써나갔어요.  전공하신 분들이 혹시 보게되면 기가 차다 하겠다, 하며 혼자 생각한 적도 많아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보면 난 정말 야생의 것, 그야말로 잡초같은 초보적인 글쓰기라는 것을 매번 느끼죠. 하지만 공식같은 글쓰기공부를 하면 혹시 편견이 생길까봐 못하더라도, 날것 그대로 써보고 싶었어요. 어차피 처음이고, 초보니까요.


 발행할 때마다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공황장애에 본태성진전이 심해져 매일 약을 먹어야하는 하찮은 몸이라 작은 일이라도 긴장되는 일이나 생각은 되도록 안하려고 하지만 시작한 소설을 완결하는 일 만큼은 해보고 싶었어요.  첫화를 올렸을 때에는 재미없다, 쓰지마라 얘기도 들었지만 오히려 더욱 해보고 싶더군요.


 점점 어려워요. 글쓰기, 아니 글짓기요. 지어내는 것. 머릿속에서 얼마나 많이 우주를 들락날락거려야 하며, 고소공포를 이기고 하늘을 몇번을 날아야 하며, 숨참고 심해도 들어갔다가 누군가의 뇌 속을 탐험하기도 하지요. 더 많은 말도 안되는 상상과 생각들, 더 많은 인풋이 필요했어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세상의 이치가 글짓기에도 적용되더군요.


 최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위대한 작가는 이 좋은 작품들을 뚝딱뚝딱 써내려갔겠지, 라고 생각했던 저의 무지와 단순함을 후려쳤어요. 최고의 소설 '타나토노트'가 처음에 그렇게 부진했는지, '개미'가 그렇게나 많은 버전을 거치고 역사가 긴 이야기였는지 전혀 몰랐어요. 언젠가 나도 이렇게 덤덤히 내 이야기를 써내려가더라도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작가가 될 수 있으려나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쓴지 일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남들은 모르는 나의 작은집에서 꺼지지 않은 작은 촛불을 쉼없이 밝히며 조금은 나아진 글짓기를 하게 되길 바래봅니다.  오늘도 거인들 사이에 끼어 뒷줄에 서서 누가 들어줄지 모르는 혼잣말을 해봅니다.

이 세상 모든 창작자를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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