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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Jan 13. 2024

주말을 잘 보내기 위해서

쉬고 싶은 마음 속 자리잡은 시간에 대한 아까움

 알바를 시작한 지 딱 일주일, 나는 빨리 지나가는 일주일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말이 더욱 소중해졌고, 특히 토요일은 더 아까웠다. 일요일이 되면 다음날 걱정에 또 잠을 이루진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 물론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게 있어 걱정과 불안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대상이지 안 하겠다고 생각해서 그리 되는 존재가 아니다. 방학 때마다 자주 가던 카페는 다른 카페들과 물가가 비슷하다. 단골이 될 정도로 좋아하던 카페였는데 이제는 돈 쓰는 게 아까워서 가려다가도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다른 곳보다 더 비싸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냥 모든 카페 물가가 나에게 이젠 버거워졌을 뿐이다. 돈을 직접 벌지 않고 내 생필품 값을 벌 필요가 없었던 시절은 자주 갔어도 행복함 만을 느꼈었는데 이젠 카페는 발걸음을 돌리고 편의점에서는 100원이라도 더 싼 것을 찾아 1+1을 미치도록 찾는 나 자신이 살짝 민망해져도 속으로 아끼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되뇐다. 

  

  항상 그 카페에서는 티라미수 케익과 초코라떼를 같이 시켰었다. 이제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한텐 어마어마한 사치다. 오늘은 발걸음을 돌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그냥 티라미수를 찾아 값싼 1+1 음료수를 집어 들어 카페에서 쓸 돈을 편의점에서 절반만 쓰는 것을 성공했다. 예전에는 먹을 것을 하나 사면 그 자리에서 다 먹어 치우는 습관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던 때다 보니 그게 가능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힘들다. 절반의 절반도 더는 들어가지 않고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들면 뚜껑을 덮게 된다. 그리고 남겨뒀다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한다. 그렇게 되다 보니 입맛도 변해 생전 안 먹던 샐러드와 제로 제품들이 취향으로 굳어 버렸다. 너무 단 것과 너무 짠 것에도 예민해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탕 과다 섭취에 대해서도 예민해졌다. 좋은 변화인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에는 예전에 대한 그리움과 씁쓸함이 자리 남았다. 


 더 이상 그때 당시의 세상물정 모르던 천진난만한 수험생으로 남을 수 없다는 쓸쓸함, 걱정이 있어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것들이 더 많았던 때에 대한 그리움. 지금의 마인드를 가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금 내가 바라는 미래가 더 앞당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으니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자. 아직 나는 원하는 것이 더 많이 있으니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후회와 미련은 이미 내가 거친 과정이니 여기서 더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일요일은 위에서 언급했듯 월요일에 대한 불안이 조금 남으니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날은 토요일이다. 내가 유일하게 편한 마음으로 내가 가진 시간을 분배할 수 있는 날. 그런 날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 일찍 일어나고 싶었지만 7시 반에 맞춘 알람을 꺼버리고 11시에 일어난 나는 역시 나였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적절히 섞어 균형 있는 하루를 만들고 싶었지만 일요일은 불안감으로 인해서 해야 하는 일이 잘 잡히지 않을 테니 토요일에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비중은 대략 8:2가 되어야 한다. 


 엄마는 어떤 경우에서든 아침에 모두를 깨운다. 알아서 이미 잘 일어난 나와 오빠, 그리고 잘 일어나지 않는 아빠와 동생까지도. 오빠는 지금 직장 생활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만 대학생 때 방학에 집에 내려왔을 때는 엄마의 깨워야 하는 대상에 들어갔다. 아마 엄마는 우리가 일어났는지 안 일어났는지 보다 깨워야 한다는 생각이 습관으로 굳어지신 듯하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알아서 매일 일어나며 엄마가 동생을 깨우며 전쟁을 치르는 것을 구경해 왔다. 그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가끔 나도 너무 피곤하면 알면서도 몸이 안 움직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모두를 깨우는 엄마에게 가끔 감사하기도 한다. 물론 일단 짜증이 먼저 나긴 하지만 이제는 주말 아침에 조금만 더 자고 싶다는 생각보다 빨리 일어나야 나중에 밤에 더 편하게 쉴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에 빨리 일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 o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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