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긍정 오뚜기 Jan 20. 2024

볼테르의 철학 편지를 읽고...

수용의 범위에 대하여

  볼테르의 철학 편지는 흥미로운 주제가 많았다. 종교부터 교육, 철학, 예술까지 사람들이 중요하다가 생각하는 종류는 빼놓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자신의 생각을 그 시대의 인물로서 강하게 주장한 책이었다. 작가는 초기부터 이 책이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읽었기에 알고서 내용을 읽어나갔다. 그의 주장 중에는 내가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데카르트는 몽상가인 반면 뉴턴은 현자라고 비교했던 것에 대해 그 관점은 틀렸다고 주장한 것과 그럼에도 각각의 학문가가 존경받을 점과 비판받을 점을 구분해서 명시한 점을 보고 정말 객관적으로 제삼자의 관점에서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에 셰익스피어에 대해 영국의 연극을 망쳐놓았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작품 자체에 대해 듣기 힘든 말들로 공격을 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물론 작가에게는 책을 자신이 어떻게 쓸지에 대한 결정권이 있고, 앞서 언급했듯이 볼테르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담았다고 명시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너무 단정적인 어투를 사용한다는 생각이 없어지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태도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흥미롭다는 사실이 분할 뿐이었다. 작가의 생각을 어디까지 받아들일까에 대한 결정권은 독자에게 있다. 그가 퀘이커교가 나오기 전의 구 종교에 대해 비판하고 퀘이커교가 종교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종교라는 것 자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되고 결국엔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변해버리는 것 또한 사실인 것을 명시한 점은 좋았다. 하지만 뒤에서 일부, 자신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사람들의 주장이나 작품, 또는 증명 등에 대해서 강하게 그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단정적인 어투로 까내리듯이 비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태도를 잘 유지하다가 또 어떤 분야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는 모습이 꽤 인간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작가도 사람인데 어떻게 모든 페이지를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에만 초점을 맞춰 자신의 원래 생각을 숨기려고 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억압하려 할까. 책에는 그 사람 자체가 묻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볼테르와 대화를 나눈 것이고, 그 결과 나는 볼테르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게 되었다. 내게 새로운 관점을 주기도 하고 흥미로움도 주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책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더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게  완벽하기만 한다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사람들이 민감해하는 부분을 당당하게 하나하나 다 따져보고 반증 가능성을 검토해 보는 과학적 사고를 보여준 것은 역시 계몽주의 작가라는 칭호를 받을만했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이끌어가는 작가가 가지고 있을 면모가 보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볼테르와 한동안 재밌는 대화를 나눈 것이고, 나는 그의 생각을 일부 받아들이고 그의 생각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름의 이유를 다 가지고 있었다. 책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얼마나 좋아하냐 싫어하냐의 문제와 상관없이, 어떤 책이든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하는 이유는 경험상, 책이 실제로 한 사람의 사고회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자기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어떤 점은 배워도 되고, 어떤 점은 따라 해도 괜찮다. 하지만 그에 대한 판단 기준은 철저히 자신의 객관적이고 본인 중심의 사고 하에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 또한 도움이 되었지만 책을 어떻게 수용해야 하느냐에 대한 생각을 더 집중적으로 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의 독서에 도움이 되게 해 줄 책이다. 

작가의 이전글 주말을 잘 보내기 위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