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상황, 다른 고통, 다른 방법
이미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인 '티핑 포인트'를 맞이한 사람들이 하는 착각이 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으니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새로운 위기는 다시 찾아오고, 또다시 일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맞이할 때가 온다. 그때가 새로운 '티핑 포인트'가 만들어지는 시점이다. 내가 넘어서서 얻을 수 있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 말이다. 나에게도 다시 왔다. 스물한 살의 고통은 이겨내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찼다고 생각했는데, 스물두 살 때의 새로운 고통도 이에 버금가게 만만치가 않다. 나는 내가 이전에 우울을 겪었던 때를 생각하며 내가 찾았던 옛 방법들을 시도해 봤다. 좋아하는 노래도 단계별로 듣고, 작은 일들도 해내며 그걸 적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 건강한 취미를 찾아보려 했지만 회복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나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맞다. 내 나이가 변했고, 고등학생 때, 혹은 작년에 겪었던 고통은 현재 내가 겪는 것과 상황도 다르고, 질도 다르다. 그런데 나는 왜 같은 방법만이 답이라고 생각했을까.
회복 탄력성도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회복 방법도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것을 추가해 변형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단 걸 깨달았다. 사람이 마음 근육이 약해질 때는 타인의 말이 자기 자신에게 투영되는 듯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거기에 휩쓸려 곧 타인의 말이 자신을 정의하는 말이 되어 버린다. 이는 흔히 많이 사람들이 겪는 현상이다. 그래서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변하는 게 없자, 사고를 전환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의 말이 투영될 정도로 마음근육이 약할 때라면, 어차피 타인의 말이 나의 말 같이 느껴지는 때라면, 이왕 그럴 거 좋은 말이 투영되는 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 그래서 난 내 인스타 피드에 뜨는 영어로 된 좋은 심리학적 조언들과 명언들 중 내 상황, 내 상태에서 나한테 와닿는 걸 저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100개도 넘게 담고 아침에 일어나면 보고, 쉴 때도 보면서 내 마음을 자존감으로 떡칠했다. 비록 타인이 해주는 말이긴 하나 납득이 되고 꼭 내 마음을 울리는 것들만 담아두었다. 나만의 명언 컬렉션이 된 것이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 말들이 내 머릿속을 점점 차지하기 시작하더니 부정적인 말로 울리던 내 머리가 좋은 말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래서 좋은 것에 많이 노출이 되어야 한다고들 하나 보다. 이 방법과 함께 예전에 썼던 자가 뮤직 테라피와 문학 치료로 텐션을 올리자, 새로운 회복 탄력성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점점 변하는 걸 느꼈다.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으로 자신감을 다시 얻기 시작했다. 저번주에 병원에 가서 내가 다시 고위험 우울에 해당한다고 듣고 왔던 게 무심하게 너무 좋아졌다. 더군다나 모두 심한 우울에 빠졌던 내 가족 구성원들도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회복하고 있었다. 내가 도움을 준 게 뿌듯할 정도로 말이다. 이 상태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적고 하기 시작하니 두려울 게 없었다. 다음에 찾아올 위기와 우울에는 어떤 새로운 회복 탄력성이 만들어질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질 새로운 '티핑 포인트'가 이젠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