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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디 Jan 28. 2023

4. 서점은 마치 학교 앞 달고나

#책에는 알 수 없는 달콤한 항이 있다

달고나 너무 못 그렸는데?:D


서점엔 약간의 그리운 향이 남는다. 어렸을 땐 서점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어떤 놀이터보다 얌전히 있지 않고서야 뛰어놀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난 아빠의 손을 붙잡고 조용히 원하는 책 한 권을 골랐다. 당연히 만화책부터 골랐는데,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빠는 나의 선택을 존중해 준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천진난만하게 골랐던 책들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의 선택이 자유로울 수 있던 이유도 아빠의 존중 덕분이라는 걸 말이다.


난 고등학생 이후로 서점을 많이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만화책만 손에 쥐고 있던 자신이 조금 후회스러워서다. 그래도 무엇보다 모든 책들이 가지런히 자기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서점은 교보문고였는데, 노란색 조명에 갈색 우드 책상들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 책 한 권씩은 들고 서로의 제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마치 모두가 시간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 듯 보였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들처럼 조용히 책 한 권을 집어 한 페이지씩 펼쳐 보았던 기억이 난다. 


책엔 알 수 없는 달콤한 향이 있다. 어떤 추리 탐정소설에 푹 빠진 소녀처럼 다음 페이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그대로 자리에 머문다. 책 한 권을 모두 읽고 나면 알 수 없는 감각이 남는다. 아마 쾌감 혹은 감동, 감탄, 실망 같은 여러 감정들이 있겠지만, 그 당시엔 책 한 권이 주는 감탄을 잊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걸까? 어떻게 하면 이런 내용을 상상할 수 있는 걸까? 평생 책과 글을 읽어도 나라면 절대 쓸 수 없는 문장들이 자신이 들고 있는 책 한 권에 담겨 있다는 진실이 놀라웠다. 


서점엔 다양한 책들이 있었는데,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인 책이나 태어날 당시에 써진 책들이 있었다. 그것은, 실로 서점에 있는 수많은 책들은 시제가 존재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과거, 현재, 미래 모두 책엔 소용이 없다는 걸 말이다. 난 영원한 시제를 가진 책을 동경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단 누구 하나 자신의 책을 읽지 않아도 먼 미래에 자신의 이름이 담긴 책이 그곳엔 존재할 것 같아서. 뚜렷하지 않던 미래가, 책 한 권으로 뚜렷이 남게 새길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난 서점이 학교 앞에 있던 달고나와 닮았다고 느꼈다. 그리움과 새로움을 동시에 전하면서 별, 하트, 동그라미, 세모처럼 다양한 달고나가 책으로 변해 마음속 깊이 모양을 새긴다고 느꼈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사람들에게 책이란 달콤함을 전해주고 싶어서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조금 더 책에 대한 매력을 알고, 그것에 이끌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되길 원하면서. 



[서점은 마치 학교 앞 달고나] 난 그걸 전달하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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