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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디 Aug 11. 2023

서점으로 찾아가는 길

“난 가끔 서점이 넓어서 힘들더라 “

오랜만에 서점을 찾아갔다. 서점을 여러 번 찾아갔었는데 여전히 길을 헤맨다. 어떤 책을 읽을 까 여러 고민을 하다가 결국 오늘 날씨랑 가장 어울리는 책을 사기로 맘먹었다. 오늘은 축축이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남들은 비가 오면 축 쳐지는 기분이 들어서 싫다는 데, 나는 괜스레 그게 좋아서 핑계 삼아 책을 골랐다. 


서점엔 [이달의 책] [베스트셀러] [MD의 선택] 등 추천 책들이 많다. 그러면 어떤 책을 사야 할까 매번 고민하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한 곳에 모여있는 베스트셀러는 자주 가지 않는다. 나는 선택을 잘 못해서 베스트셀러에 있으면 진심으로 삼십 분은 서 있기 때문이다.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책을 고를 때의 두근거림과 설렘은 힘든지도 모르고 가슴이 뛴다. 


"있잖아. 난 가끔 서점이 넓어서 힘들더라. 나만 그런 걸까?"

"마자, 괜히 다 둘러보고 싶고 그러잖아"

"그렇지! 힘들다고 생각도 하면서 조금만 더 이곳에 책이랑 달라붙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됐는지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 난 사실 책 보다 서점이 좋았다. 서점만의 냄새와 고요함,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는 책의 질서가 좋았고, 사람들이 책 한 권을 소중하듯 어루만지며 품에 안겨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책 보다 서점의 분위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런 책들 하나하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나는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비유가 맞는 표현인지 잘 모르겠지만, 책을 기록한다는 건 식물에게 물을 주는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은 어떠한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쉽게 져버리고 잎사리가 떨어진다.(말 못 하는 생명이란 그렇게 쉽게 끝나 버릴 수 있다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과 함께 하는 동안 온전한 지혜와 경직된 마음의 온유를 얻고 있다고 느낀다. 이건 식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기록하냐에 따라 책 한 권의 가치를 다르게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좋아해서 읽고 끝내는 행위가 아닌 또 다른 관심으로 자아낸 책의 기록들이 앞으로의 일상을 궤도 시킨다. 그렇게 책과 기록들이 내 방 한편을 차지할 때면 자신이 참 기특하고 뿌듯해진다. 


"잔디야 매번 기록하는 거 힘들지 않아?" 

"그래도 보면 뿌듯해. 책을 읽은 자신도 기록한 자신도 참 뿌듯해!"


책을 기록할 때 항상 날짜와 요일을 까먹지 않고 적는데, 자신의 일기장을 들여보듯이 책의 기록들이 참 소중해지기 때문이다. 나의 기록이 소중해질 때 비로소 글과 표현들이 소중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모두가 이런 감정을 알아차린다면 글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사랑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나는 그렇다고 정의했다)  


난 식물은 키우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키우고 있다. 출판사가 심고 서점에서 자란 책이란 식물을 키운다. 요즘은 이렇게 서점에 가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순간들이 참 즐겁다. 내가 또 다른 책을 키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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