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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디 Jan 22. 2023

2. 여드름이 생겼는데, 케이크를 먹었어요

#초콜릿 먹으면 안 되나요?

여드름이 생겼다.


학창 시절, 피부의 여드름이 생겼다. 거울을 보자 빨갛고 뽈록 튀어나온 여드름을 보고 경악했다. 그 당시, 여드름이라는 걸 보기만 했지 처음 겪는 트러블이었기 때문이다. 손으로 살살 만졌을 때 아프다는 느낌보다는 연어알을 얼굴을 조심히 어루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최대한 만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화장으로 가리거나 면봉으로 여드름을 건드리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자, 어느새 한 개였던 여드름이 두 개, 세 개 생기고 난 피부과로 향했다.


(피부과) "혹시 부모님 중에 피부 트러블이 나시는 분이 있으실까요?"

(나) "어.. 아뇨. 두 분 모두 깨끗하신데요"

(피부과) "여드름이나 피부 트러블은 모두 유전이에요"


어느 정도 유명한 피부과를 가야 다시는 여드름이 안 생길 거라고 믿고, 원장선생님과 직접 상담을 했다. 진단 결과는 [유전병].


(나) "유전병? 그러면 안 없어진다는 걸까..?"


원장선생님은, 밀가루나 짠 음식, 단음식을 피하고 여드름 약을 처방해 줄 테니 복용해 보라고 하셨다. 나름 이름이 있는 피부과였고, 후기도 꼼꼼히 살펴본 결과 어느 정도 신뢰가 있는 피부과라고 믿었기에 꾸준히 한 달치 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일시적이었고 추후 여드름은 돌아왔다.


오히려 피부색은 노랗게 변하고 몸이 안 좋아지는 기분도 들었다. 엄마는 여드름을 억누를 정도의 약이다 보니까, 그만큼 부작용이 따를 거라고 했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나는 급격히 몸이 안 좋아졌다. 평소 장이 약해서인지 여드름 약은 컨디션을 최악에서 최악으로 만들기 적합했다.


(나) "아무래도 근본적인 습관부터 바꿔야겠어!!"


거기서 난 근본적인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제대로 된 식습관과 스킨케어. 나는 후기 좋은 제품만을 믿고 스킨케어를 사는 버릇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피부 타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난 동네 근처에 있는 에스테틱으로 향해, 하나하나 진단받고 어떻게 하면 피부가 좋아질 수 있을까 상담했다.


원래 나는 여드름에 대해 엄청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새 주변 사람들 피부가 모두 깨끗해 보이고, 나만 피부가 더러운 것 같은 기분을 들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식도 못 먹고, 사고 싶은 화장품도 보지 않은 채 생활했다.


외적 이미지란 한 곁에 쌓아둔 옷과 같다. 꾸미고 꾸미고 꾸미고. 벗기고 벗기고 벗기고. 그걸 반복하다 보면 이미지라는 게 생긴다. 외모로 자존심이 낮아졌던 시기, 나는 벌거벗은 원숭이처럼 엉덩이를 한없이 숨기기 바빴다.


또다시 거울을 보고 꾸미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했고, 고민했다. 겨우 여드름 하나로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꾸미는 걸 포기해야 될까? 우리의 최소한의 삶은 양치질과 같다. 기본적인 것부터 채우지 않으면 안 되면 삶. 난 가장 중요한 걸 채우지 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자신감이다.


지금도 여드름이 하나씩 생긴다. 하지만 이제 괜찮다. 피부가 좋아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젠 그걸로 내 자존심을 깍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는다.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는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


이제는 좋아하는 빵과 초콜릿, 음료수를 마시고, 밖으로 향한다. 더 이상 여드름으로 콤플렉스를 갖던 시기는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만 사랑할 뿐.



여드름? 괜찮아. 우리 모두 충분히 예쁘게 태어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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