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간의대지 Oct 24. 2021

꿈결에서

짧은 이야기

사막은 물이 없다. 사막에는 오아시스가 있다는 환상이 오래된 추억처럼 퍼져있는데, 어떤이는 신기루가 아니었다고 하고 신기루를 본 사람 중에 남은 사람은 많지 않다. 신기루가 오아시스의 모습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겠지만 사막의 태양은 거의 모든 것을 태고로 돌려 놓는다. 현실같은 환상 조차도 오래된 모레의 품안에 있으리라. 태초를 그리워하는 모레들은 모든 것들이 생소하지만 상관없다든 듯이 바람에 흩어진다. 그것은 어떤 그림이 되었다가도 단지 쓸쓸한 언덕으로 끝나는데 지워진 발자국을 남겼던 낙타의 등을 닮았다. 낙타의 눈은 반쯤 잠겨있어서 때때로 그 눈이 명확한 것을 흐릿하게 보기도 하고 흐릿한 것들이 바로 눈앞에 드러나기도 한다. 낙타가 야영지의 불가에 누운 순례자처럼 꿈꿀수 있고, 그래서 꿈과 현실 사이에 놓인 줄을 잡을 수있다면 아마도 발견하리라. 어느 태양 아래 신기루의 지도를, 꿈결에서.

작가의 이전글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