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영은 못하지만 바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 바람이 내 짧은 머리카락을 이리 저리로 흩뿌리듯이 짙푸른 거대 덩어리를 채 썰어 흐트러 놓는 동안의 소리가 좋다. 작은 물방울들이 알갱이로 부서지는 얕은 소리는 수많은 알갱이들이 부서지는 즉시 다른 쪽에서 붙어 끌어내려 지기를 반복하면서 큰 울림을 갖는다. 당연히 그것이 여름의 바다이든지 겨울의 바다이 든지는 중요하지 않다. 파도는 언제나 춤추고 있으니까.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받지 못하는 공감을 받게 되는데 그럴 때면 파도소리에 맞춰서 심장이 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고 나면 그 단어는 이제 움직이지 않는 모형처럼 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잔잔해 보이는 바다는 가까이에서 언제나 요동치고 있다. 잔잔함이란 그러한 요동 정도를 끌어안을 수 있으니까. 바다로부터 위안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다의 끝없이 요동치는 정자세가 진짜 감정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단어로 진짜 감정을 표현해 내자면, 끊임없이 상반된 감정-단어를 잇따라 연결한 선. 그 선으로 빗금 쳐 색칠한 공간. 그리고 그 공간 사이로 새어 나오는 내 것이 아닌 바람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