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불가능한 것 아니, 미쳤다는 말을 듣더라도 바라는 것을 꼭 이뤄내는 집념의 사람들이다. 집채보다 큰 배가 바다 위로 뜨고,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우주 비행선이 달 탐사에 나서는 것 모두가 이런 간절함의 결과이리라.
미국 개척시대 이민 조상님들이 이룬 많은 행적에 버금가는 흥미로운 일을 이룬 한 사나이가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이곳 신대륙 서쪽 바닷가에 베네치아처럼 수로가 있는 마을을 만들어낸 애보트 키니(Abbot Kinney 1850-1920)가 그 주인공이다.
LA에서 약 18마일 정도 서쪽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 ‘베니스비치(Venice Beach)’는 오늘날에는 보헤미안 스타일이 한껏 묻어나는 해변가 도시로서 유명세를 치르며 주말마다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베니치아, 베니스 운하(Venice Canals)
1900년대, 이 무모한 사나이 애보트 키니는 담배 사업 성공으로 백만장자 반열에 들어서게 된다. 앞에서 잠시 설명했듯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매료된 그는 미국에 베네치아를 본뜬 마을을 만들기 위해 산타모니카 남단 해안 일대를 매입했다. 1905년 땅을 파고 인공적인 운하를 만들고서는 이탈리아에서 곤돌라를 수입하고 사공까지 데려와 리조트 타운인 미국판 베니스를 만들고 ‘플레이랜드 오브 퍼시픽(Playland of the Pacific)’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한때는 롤로코스터까지 만들어 놨었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꿈 같은 마을에 집을 비롯해 상가가 들어서는 등 점점 인구가 늘어나게 되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하수시설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또한 시멘트 자체 한계성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3년 동안 주민 공청회가 수없이 열렸다. 결국 모든 운하를 메워 습지 상태 자연 그대로 복원시켜야만 했다. 운하 복원 사업 일환으로 1925년 10월 베니스비치 시를 LA 시로 합병하자는 주민발의안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베니스 운하를 아끼던 LA 주민들은 베니스 비치 시로 이사를 하고 대거 투표에 참여해 베니스 비치는 독립적인 도시로서 위상을 찾는다. 그 당시 운하가 모두 보존된 것은 아니나, 현재 베니스 비치에는 이탈리아 베니치아를 조금이라도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곳이 남았다. 영화 <고양이와 개에 대한 진실>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만나기로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차로 드라이브 하면서 베니스 운하 지역을 구경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는 차를 마을 골목에 주차하고 걸어보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느끼기에 적합하다. 물론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말이면 베니스비치 해변 공영주차장에 비싼 주차비를 내야 한다. 주차한 뒤 워싱턴 블로바드를 따라 내륙 쪽으로 걸어 나와 구경하는 걸 권한다. 베니스비치 블러바드와 워싱턴 블러버드를 따라 걷다가 주택가 사이로 난 길로 들어가면 마을이 나온다. 얕게 흐르는 운하 양옆으로 늘어선 고풍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가지각색인 집들을 따라 걸으면 평화로운 베니스 운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간혹 오리 가족이 떼지어 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고, 물고기 사냥에 나선 하얀 새도 조우할 수 있다.
즐거움 가득한 해변
북으로는 대저택으로 유명한 말리부 비치(Malibu Beach)와 산타모니카 비치(Santa Monica Beach)가 있고, 남으로는 LA 최대 요트 선착장이 있는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ey)가 위치해 있다. 베니스 비치에는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 미 서부 그 많은 해변 중 가장 독특하고 젊음이 느껴지는 해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해변 앞에는 여러 음식점과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거기에는 주말이면 대낮부터 젊은이들로 꽉 찬다. 자전거를 직접 가져오거나 빌려서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마리나 델 레이까지 연결된 자전거 코스(Venice Beach Bike Path)를 돌아볼 수 있다.
오션 프론트 워크(Ocean Front Walk)
해안가를 따라 일직선으로 길이 나 있는 오션 프론트 워크는 보행자 전용도로인데 이 길을 따라 건물을 색색으로 치장한 개성 있는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대거 들어서 있다. 서핑보드, 스카프, 선글라스, 티셔츠, 모자 등을 판매하는 상점뿐만 아니라 문신을 해주는 곳, 또 마사지 가게도 있다. 주말이면 개인이 만든 핸드메이드 물건 등을 거래하는 벼룩시장이 들어선다. 또 거리의 악사로부터 시작하여 판토마임 하는 사람들, 댄서들이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종종 히피들도 만날 수 있고, 원치 않아도 어디선가 마리화나 태우는 냄새를 맡게 된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공원도 조성되어 있어서 청소년들의 기묘한 묘기를 구경할 수 있다.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무엇인지를 한눈에 알려주는 곳이다.
근육의 해변(Muscle Beach)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운동해서 유명해진 머슬 비치(Muscle Beach)가 인근에 있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몸짱 보디빌더를 꿈꾸며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야외 트레이닝 장이다.
애보트 키니 대로(Abbot Kinney Blvd.)
베니스 운하를 만든 애보트 키니 이름을 딴 도로로서, 베니스 비치 대표적인 쇼핑 거리이다. 골동품, 공예품, 화랑, 부티크 상점이 즐비하고 독특한 상품을 파는 곳과 유명한 음식점, 나이트클럽 등이 많다. 매년 9월에는 애보트 키니 축제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