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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Story Nov 12. 2021

축복받은 땅,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캘리포니아 지역 곳곳에는 처음 이곳을 지나갔던 개척자들 자취가 마치 전설처럼 남아 있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도 그런 곳 중 한 곳이다. 1850년대 몰몬교도들은 그들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피해 서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곳을 지나게 되었을 때 처음 보는 나무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나무 생김새가 두 팔을 들고 유대 민족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들어갔던 지도자, 조슈아(여호수아)를 닮았다 해서 이름을 ‘조슈아트리’라고 지었다. 마치 조슈아가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선 자신들을 인도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특이한 나무가 서식하는 곳인 만큼 이곳은 매우 독특한 자연 환경을 가진 곳이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1936년 내셔널 모뉴먼트(National Monument)로 지정되었다가 1994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엘에이에서 동쪽으로 140마일 정도, I-10번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반 가량 가면 샌 고르고니오 패스(San Gorgonio Pass)라는 곳에 진귀한 풍광이 펼쳐진 것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풍력 발전을 위해 3200개나 되는 하얀 풍차(Wind Turbines)가 돌고 있는 모습이다. 사막을 가로질러 달려온 방문자들을 반기며 ‘여기가 세계적인 휴양지 팜스프링스 초입이다’ 하고 사인을 주는 듯하다. 거기서 62번 도로를 갈아타고 북쪽으로 40분 가량 더 들어가면 나오는 29팜스(Twenty Palms) 시에 이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 면적은 3196 평방 킬로미터(1,234 스퀘어 마일)에 달한다. 서북쪽 입구와 북쪽 입구, 남쪽 입구 등 3개 입구가 있는데 구경할 수 있는 대부분 지역이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방문자들은 보통 서북쪽 입구를 통해 공원을 둘러본다.


두 개의 사막

이 공원에는 전혀 다른 환경을 갖춘 두 개의 사막이 공존하고 있는데, 그것은 공원 동쪽 저지대의 덥고 건조한 콜로라도 사막과 서쪽 고지대의 습도가 높고 비교적 시원한 모하비 사막이다. 콜로라도 사막에는 오꼬띠요, 초야 선인장 등이 자라고 모하비 사막에는 조슈아 나무 군락이 있다. 또한 공원 안 5개 오아시스가 무더움을 식혀 주고 있다. 철새를 포함한 동물들과 조슈아트리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들이 살고 있어 야생생물 보고라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이곳 사막은 결코 쓸모 없는 황무지가 아닌 특별한 풍성함으로 생명을 살리는 축복의 땅이라 할 수 있겠다.

공원 이름 때문에 조슈아트리가 이곳의 주연으로 여겨진다면, 주연보다 더 중요한 조연은 당연히 기묘한 바위들일 것이다. 이 바위군들은 약 1억 년 전 화산 폭발 후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지하수에 의해 풍화가 되면서 깎여져 모서리가 둥글둥글해졌다. 어떤 바위들은 마치 차곡차곡 쌓아 놓은 듯이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한 덩어리 바위가 갈라진 모양이다. 이 바위군들로 인해 암벽 타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청명한 하늘과 깨끗한 환경으로 밤이면 별똥별을 포함한 별 관찰하기 더 없이 좋고, 봄이면 공원 남쪽 입구 근방에는 각종 야생화가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 미국 여느 국립공원들은 일단 그 크기에 압도되는 것에 비해 이곳은 그리 넓지 않은 면적에 독특한 바위들과 조슈아트리, 선인장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자연적으로 구성돼 있어 엘에이에서는 당일이나 팜스프링스까지 해서 1박2일 코스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테가 없는 선인장 나무, 조슈아트리

조슈아트리는 나뭇가지 끝이 길쭉하고 뾰족한 잎들이 뭉쳐서 자라는 선인장, 유카(Yucca) 일종이다. 이곳이 보금자리였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나무 잎으로 신발, 바구니 등 생활용품을 만들었고 꽃봉오리와 씨는 식용으로 사용했다. 선인장 나무라 할 수 있는 조슈아트리 특징은 나무이지만 나이테가 없어서 길이로 그 연수를 측정한다. 30피트 정도까지 자라며 수명은 1000년이다.

 

자연에 대한 상념 속으로

수천 년 전,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지역은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길을 나섰던 개척자들에겐 생명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세울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들 모두는 조슈아트리로부터 생명과 직결되는 물을 얻었고, 그것을 가지고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었다. 모든 문명이 ‘물’에서 시작했듯이 그들도 이곳 오아시스로부터 그들만의 문명을 이뤘을 터이다. 공원 내 여러 흔적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이렇듯 자연은 인간에게 무한한 자원을 제공해 주고 있지만 반면 그 혹독함으로 인간을 어려움에 빠지게도 한다.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지진, 쓰나미, 폭풍, 화산 폭발 등 소식은 인간 나약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라이언 산에 올라 위로는 눈부신 청명한 창공과, 아래로는 이리저리 솟아난 바위를 조망하며 자연의 무한함과 인간의 유한함에 대한 상념에 잠겨 보았다.


공원 내 가볼 곳

* 히든 밸리(Hidden Valley)와 기묘한 바위들

공원 내에서 가장 많이 붐비는 곳으로 커다란 바위군이 자리잡고 있다. 도로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늘어선 바위 너머로 걸어 가면 넓은 평지(Valley) 나오는데 여기서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평지가 바위에 둘러싸여 있어 습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로 사막에서 찾아 보기 힘든 나무들이 서식하고 있다. 1870년대 말, 어떤 형제가 소를 훔쳐 이곳에 숨겨 놓았다는 일화도 있다. 바위로 ‘숨겨진’ 평지여서인지, 소들을 ‘숨겨’ 놓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름이 ‘숨겨진 평지(Hidden Valley)’라는 것이 재미있다.

* 유명 바위들

점보락(Jumbo Rock)은 수천 개 대형 바위들이 병풍처럼 서있어서 암벽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해골처럼 생긴 스컬락(Skull Rock)과 캡 모자 같은 캡락(Cap rock), 그리고 종 모양 바위인 벨락(Bell Rock) 등은 그 모양새로 인해 많은 방문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 라이언 산(Mt. Ryan)

5,457피트 높이로, 두세 시간 정도면 왕복 하이킹을 할 수 있다. 거의 360도 파노라마 식으로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있는 착각이 들 만큼 이색적이다.

라이언 산에서 바라본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 키즈 뷰(Keys View)

5,185피트 높이에 자리잡고 있다. 라이언 산과는 달리 차로 20분 만에 올라가서 공원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공원 남쪽의 코체야 밸리(Coachella Valley)와 솔튼 호수(Salton Sea)를 볼 수 있다.

* 초야 선인장 정원(Cholla Cactus Garden)

사람 키 높이 정도의 초야 선인장이 자연적인 정원을 이룬 곳이다. 보송보송해 보여 테디베어 초야라고도 불리지만 겉모습과는 다르게 가시가 매우 날카로워서 찔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특히 가까이 가기만 해도 가시가 튀어올라 찔린다는 점핑 칵터스(Jumping Cactus) 프릴클리 페어가 널려 있다.

* 포티나인 팜스 오아시스(Fortynine Palms Oasis)

이 오아시스를 포함한 공원 내 다섯 오아시스에는 캘리포니아 팬 팜(Fan Palm)이라고 불리는 야자수가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다. 이들 오아시스 지역은 연중 물이 끊이지 않아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3마일 왕복 트레일을 할 수 있다.

* 로스트 호스 마인(Lost Horse Mine)

포장된 도로 외에는 태초 자연만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을 법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 1900년대 옛 금광이 있었던 자리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 현재는 4마일 정도 왕복 트레일 코스가 있다.

* 베이커 댐(Baker Dam)

1900년 경, 베이커 가족이 만들었던 댐이다. 당시 저장된 물은 가축들 식수로 쓰였지만 현재는 늘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비가 오는 날이면 잠시 물이 차는 정도이다. 1마일 트레일 코스가 있으며 근방에 5000년 전 원주민들이 남긴 암각화가 있다.

베이커 댐
베이커 댐 가는 길

* 키즈 랜치(Keys Ranch)

키(Key) 가족이 살았던 곳으로 현재는 유료로 레인저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쏟아지는 별밤 캠핑

공원에는 아홉 개 캠핑장이 있으나 물을 얻을 수 있는 캠핑장은 공원 북쪽 블랙락캐년(Black Rock Canyon)과 남쪽의 코튼우드(Cottonwood), 두 곳뿐이다. 캠핑비는 저렴하고, 한 사이트 당 세 텐트를 칠 수 있다. 사막 기후이기 때문에 낮에는 덥고 밤에는 기온이 많이 내려가기 때문에 캠핑을 위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기괴하지만 모서리가 둥글둥글하여 거부감 없는 바위 사이에서 텐트를 치고 헤아릴 수 없는 별과 쏟아지는 유성을 보며 하는 캠핑은 다른 캠핑장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photo by Ultima_Ga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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