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음이 가벼운 날이다. 나는 현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어학연수를 준비한 과정을 설명한 블로그이다.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프랑스 유학에 대해서 일명 A to Z를 한눈에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간혹 유학생들의 블로그를 보아도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아서 혼란만 가져올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 블로그로 연락이 왔다.
내가 있는 지역에서 어학연수를 한 후 다른 지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친구를 보러 잠시 이 지역에 방문했다며 같이 차를 마시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국 사람이 그리운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 친구와 만났다. 그녀는 세 시간 가까이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프랑스어 공부했던 방법, 조심해야 하는 장소,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 맛집 등 일명 생활의 팁을 이야기해 주었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꽤 많이 있다. 하지만 03학번인 나에게 03년에 태어난 친구들과 지내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스럽다. 사실 이런 부담스러운 마음이 생긴 것은 몇 번이 계기가 있었다. 한국 친구들을 어학원에서 만나게 되면 애매하게 눈을 피하면서 인사를 해왔다. 그리고 도움 청하는 것을 잘못하는 내가 유심 사건으로 도움을 청했을 때도 내가 필요한 도움이 무언인지도 모르고 도와줄 수 없다고 매정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생겨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런 나에게 이 친구는 손을 뻗어주었다. 이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면부지인 나에게 이런 큰 도움을 주는지 궁금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본인이 처음 프랑스 생활을 시작할 때 다른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받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연신 고마워하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오히려 부끄럽다고 이야기했다.
보름 가까이 이곳에서 살면서 늘 무거운 마음이었다.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무리지어 다니기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혼자 있는 나를 존중해 주는 친구와 동료들이 있었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힘들지 않았다. 그 친구들과 작은 호의와 마음을 베풀면서 살아왔다. 나는 넓지 않은 인간관계이지만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는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작은 회의도 허락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너무 쉽게 기대해 버린 거라며 나를 자책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세 시간 동안의 만남을 통하여 무거운 돌로 짓눌렸던 마음이 가벼워졌다.
곧 사는 지역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에게 작은 호의가 내가 갚을 수 없는 큰 행운으로 다가오길 바란다며 가볍고 밝은 마음으로 안녕을 외쳤다. 그 안녕은 그냥 흔하게 하는 ‘인사 안녕’이 아니라 ‘평안을 바라는 안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