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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Aug 15. 2022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여기서는 언제나 몸이 둥글게 말려있다. 누군가가 건드리면 화들짝 놀라 더 움츠리기도 한다. 모든 것이 겁나고 두렵고 무섭다. 이런 지경이니, 사람들과 자유롭게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인사조차도 어렵다. 그리고 나이 많은 동양 여자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보니, 같은 반 친구들을 거리에서 만나도 나를 보고도 그냥 지나쳐버릴 때가 많다. 


오늘도 역시 혼자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 나를 향해 환하게 웃는 사람이 있다. 같은 반 친구인 스페인 소년이다.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해주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이 낯선 곳에서는 나를 향한 활짝 웃으며 인사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친구가 처음 온 날, 잠시 내 옆에 앉았다가 서양인 친구 옆자리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았다. 내가 동양인어서 같이 앉는 것은 싫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다양하게 안 좋은 일들을 겪다 보니 나의 마음은 상당히 낮아있는 상황이어서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신경을 쓰고 확대해석하게 된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 줄곧 살아온 나는 한국인은 내가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겠지라며 조심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다른 나라의 친구들은 그러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할 때도 있고,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데 나는 작은 것 하나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지나가면서 인사해 준 친구 덕분에 좋지 않은 마음들을 거둬 낼 수가 있었다. 생각 해보면 항상 외국 친구들은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아직 까지 귀가 트이지 않아서 많이 듣지 못하는 나를 위해 보조 선생님처럼 옆에서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아랍 친구도 있고, 능숙하지 않아서 이해 안 되는 나의 말들을 어떻게든 이해하려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니 이제 나는 내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된다. 나는 프랑스에서 공부하기로 선택했으니 그에 맞는 책임을 다하면 된다. 나의 책임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많이 듣고 배우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면 더 잘 보이고 잘 들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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