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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Aug 23. 2023

중국 재벌 2세가 우리 팀에 들어왔다

그룹 회장님의 아들과 조카와 함께 일해보았습니다.

앞선 이야기


내가 있던 회사의 회장님과 그의 가족은 중국 13억 인구 중 50위 안에 드는 부호다.


그들이 어느 정도 부자이냐를 말해주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그들이 해외로 가족 여행을 가면 전세기를 타고 간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하더라구요...)


회장님의 집에 다녀온 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장님은 삼 남매인데 고향의 한 부지에 건물 세 채를 지어서 삼 남매 각자의 집이 있고 지하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집에는 엘리베이터도 있다고 했다. 그들이 먹는 야채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재배를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음식으로 장난치는 뉴스기사를 몇 번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골판지 만두, 가짜 계란 등등 이런 경우가 있다 보니 부자들은 야채는 아예 집에서 재배한다. 그리고 회식을 하거나 외식을 하더라도 육고기보다는 해산물 위주로 먹었다.(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술은 와인을 마셨는데 이 와인을 마시기 위해 아예 와인 수입 회사를 차려버렸다. 회사를 통해 수입하여 판매도 하면서 본인이 직원들과 회식을 할 때 박스로 가지고 와 마시기도 했다. 나는 와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듣자 하니 한 병에 200만 원 짜리라고 했다. (샤또.. 뭐라 했는데...)



어느 날 회사에 새로운 직원이 우리 팀에 들어왔다.

부회장님의 큰 딸이었다.


부회장님은 회장님의 친형이다.

그러므로 부회장님의 큰 딸은 회장님의 친조카다. 그런 그녀(이하 J)가 우리 부서로 들어왔다. 그녀는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었고 홍콩에 있다 우리 부서에서 잠깐 일을 한다고 했었다. 회장님의 조카이자 부회장님의 딸이 온다니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회사는 의외로 평온했다. 만약 한국에서 그룹 총수의 가족 중 누군가가 입사한다고 하면 회사가 꽤나 시끄러울 텐데 중국은 그러지 않는 걸 보니 좀 의아하기도 했다.


드디어 J가 등장했다.

생각해 보면 외모는 한국에서 유튜버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쯔양"과 상당히 닮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콧대 높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잘 웃고 인사도 잘하고 옷도 명품으로 치장하거나 이름난 브랜드를 입지도 않았다.(엄청나게 비싼 옷인데 브랜드 로고만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일반인들은 모르는 엄청난 옷이던가) 직원들도 J를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일반 직원과 똑같이 대했다. 한국인인 나로선 처음에 좀 조심스러웠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뭔가 가업을 잇는다거나 그런 생각은 없는 것인지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직원들과 잘 소통하고 문제없이 조용히 회사에 있다 퇴근했다. 퇴근할 땐 회사 1층 문 앞에 까지 기사가 차를 운전해 와서 태워간다. (역시 로열 빼밀리)


한 번은 J에게 중국 부자들의 소비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너나 너의 친구들은 명품백 같은 거 어떤 브랜드 좋아함?

 J는 갸우뚱하더니

친구들은 잘 모르겠는데, 나 같은 경우는
명품 브랜드를 좋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
 
너무 많이 메고 다니잖아.
다들 메는 흔한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오히려 특이한 소재나 디자인을 좋아해.


평소 J가 입고 다니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보면 분명 명품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수수해 부자인지 모를 정도다. 들고 다니는 핸드백도 로고가 박힌 그런 핸드백은 아니었다.(내가 여자 핸드백을 잘 몰라서 그럴지도...)


훗날 J가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퇴사라고 하기도 참 애매하고...)

그래서 팀원들과 같이 밥을 먹자고 했는데 J가 테슬라를 몰고 왔다. 그 당시 테슬라가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차였는데 J가 떡하니 몰고 왔길래 너무 궁금해서 몰아봐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차키를 넘겨주었다. 참 털털한 J였다. (브레이크를 밟으니 차 문이 닫혔다!!)


그렇게 J가 떠나고 몇 년 뒤 새로운 사업부에 회장님의 아들이 들어왔다.

회장님의 아들 D는 J보다는 몇 살 어렸고 그도 영국에서 공부하다 학업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중퇴 후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승계를 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사로 들어왔다. 나와의 나이 차이는 10살 차이였는데 회장님과 정말 똑같이 생겼다. 회장님의 키 큰 버전이랄까.


한 번은 연말 파티가 끝나고 그가 뒤풀이를 하자며 우리에게 클럽을 가자고 했다.

직원들은 1차에서 이미 술을 어느 정도 마시고 신이 나서 클럽에 갔는데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있는 클럽에 제일 좋은 자리에서 좋은 술을 마음껏 마셨다. (줄어들지 않는 술...)


회장님은 항상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다녔는데 그날은 아들이 술을 마시니 보디가드를 아들에게로 보냈다. 

그 보디가드는 나와 비슷한 나이로 중국의 특수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나와 그 보디가드는 날 보면 장난을 칠 정도의 사이였는데 한 번은 그에게 어떤 훈련을 받았냐고 물어보니 살상을 할 수 있는 기술들을 꽤나 많이 배웠다고 했다. 특수 훈련을 받다 보니 몇 번이나 뼈가 부러지기도 했다고 했는데 한국 남자들은 모두 군대를 간다는 것을 대단하게 생각했다. (뭐... 너처럼 그런 특수 훈련을 받은 건 아냐...)


그날 우리는 D 덕분에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업무적으로도 권위적이지 않았다.

우선 자신이 이사직에 있지만 배우러 왔기 때문에 남들에게 명령을 하거나 '갑질'하지 않았다. 뒤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발언이 필요할 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그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느낀 건 중국의 진짜 부자들은 자신이 부자인걸 그다지 티 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통은 크다. 그러나 자신이 돈 많은 걸 티 내지 않았다.

중국인 친구들의 이야기로는 자신이 돈 많은 걸 티 내고 다니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했다. 돈이 많은 걸 알면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말고 그에 따라 안 좋은 일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룹 본사 앞에서 날치기 사건이 정말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의 찐부자들은 절대 부자인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회장님이 그렇게 돈이 많은데도 타고 다니는 차는 렉서스였다.


물론 자신이 돈이 많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중국 재벌 2세도 보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끝이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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