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몬 Oct 26. 2023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혜로운 의견 부탁드립니다.

아내가 둘째를 출산한 뒤 2주간 산후조리원에 있게 되었다.


다행히 처가가 바로 앞이라 내가 출근한 시간 동안은 장인, 장모님이 첫째 아이를 봐주신다. 두 딸을 다 키우고 두 분이서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할 때에 이렇게 육아를 부탁드리는 것이 참 죄송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평소 처갓집 식구들과 자주 왕래를 하다 보니 아이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있더라도 딱히 엄마나 아빠를 찾지 않는다.(마음속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참 다행인 것 같다.


아이는 외할아버지를 특히 좋아한다.

장인어른이 아이와 잘 놀아주셔서 인지 아이는 외할아버지를 졸졸졸 따라다닌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할부'라고 부른다. (아빠는 일시불이 좋아)

퇴근하고 처갓집에서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면 아이는 할부와 떨어지기 싫어서 


할부, 할부 ㅠㅠ


라며 울기도 한다. 이제 2주 차에 접어들다 보니 장인어른도 힘이 드시는지


어어 그래그래 얼른 가봐~


라며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가셨다. (저도 그 맘 잘 압니다 아버님)


주말 이틀간 나는 장인, 장모님이 쉴 수 있도록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항상 아내가 함께 있었는데 아이와 둘만 있으니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라 일단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시내에 나가보기로 했다. 


아이는 버스를 처음 타보는지라 마냥 신기해했다.

자리에 앉았는데 위로 보니 손잡이가 보이고 그걸 잡게 해 달라며 떼를 쓴다. 그러나 버스 안은 너무 위험해서 안된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러 가니 저번에 한번 타봤다고 후다다닥 뛰어가서 자리를 잡는다. 임산부 석에 앉는다. 다른 좌석과 달리 그 자리는 핑크색이라 특별해 보였나 보다. 나는 임산부 석 옆에 앉았고 아이는 내 무릎 위로 올라가더니 손잡이를 잡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 그래, 지하철은 그나마 낫다.


문제는 시내에 도착해서부터였다.

시내에 도착하여 백화점에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이게하고 싶다 저게 하고 싶다라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위험한 것, 만지면 안 되는 것들이라 못 하게 했는데 떼를 쓰며 운다. 안 되겠다 싶어 아이를 안고 백화점을 나가는데 나가기 싫다고 또 울어댄다. 그래서 다시 백화점으로 들어갔는데 그래도 운다. 


어쩌라는 거냐... 네가 들어오자고 해서 들어왔구먼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난다. (시끄러워서)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좀 걷자 싶었지만 아이는 계속 운다. 이제는 엄마가 보고 싶단다. 30분간을 울었다. 안아줘도 소용이 없다. 시내로 나온 걸 후회했다...


아내에게 이 힘든 이야기를 전화로 했다.


나는 이걸 하루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나 출근한 동안 애랑 5일간 보내다니
정말 대단하구먼요...


아내 주변의 또래 엄마들은 아이를 전부 어린이집을 보냈다.

그러나 아내는 최대한 본인이 키우고 싶단다. 주변에서는 왜 안 보내냐고 아우성이지만 아내는 흔들리지 않는다. 참 대단한 아내다.


다음 날 아침, 사건이 터졌다.

아이와 함께 아침에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배가 너무 고파서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고(해봤자 흰밥에 계란 스크램블) 나는 라면을 끓였다. 아이도 배가 고팠는지 밥을 허겁지겁 먹었고 나도 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아이가 물을 자신의 식판에 부었고 식판을 손으로 치고 있었다. 물이 사방에 다 튀었고 나는 식판을 치웠다. 그러더니 아이가 자신을 아기의자에서 꺼내달라고 했다. 그리곤 라면을 먹고 있는 내 앞에 앉겠다며 내 무릎 위에 올라왔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아이는 내가 먹던 라면 그릇에 얼굴을 넣더니 침을 뱉었다.

뱉었다기보다는 흘려보내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침을 뱉을 줄 모른다)


나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아이를 휙 들어 바닥에 내린 다음 고함을 크게 질렀다.


누가 먹는 음식에 침을 뱉어!!!!!


아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 아이는 조금 내성적인 편이다. 혼을 내면 주눅이 드는 편이다. 그러나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가르쳐 줘야 한다. 나는 큰 소리로


음식에 침 뱉는 거 아니야! 알겠어?
음식에 절대 침 뱉으면 안 돼!!


아이는 "응"이라고 대답했다.(아직 몇 개 단어 밖에 할 줄 모른다)


이 사실을 아내에게 알렸다.

평소에 이런 짓을 했는지도 궁금했다.


아... 그런 모습은 나도 본 적이 없는데... 돌아가서 한번 봐야겠네요
근데 우리 애는 양호한 편이에요... 다른 애들은 진짜 더 심해요. 
가끔 엄마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놀라요.
뭐라 해도 듣지도 않고 자기 할 거 계속한데요. 
우리 애는 대답이라도 하잖아요. 
나는 그걸로 그나마 위안을 삼아요.


아이 앞에서 침 뱉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어디서 그런 걸 본 건지도 신기하고 어떤 의미로 그런 행동을 한건지도 의아할 따름이다. 나를 약 올리려고 한 건지 본인이 화가 나는 걸 보여주려고 한 건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앞으로 이 보다 더 많은 일들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너무 무서운 아버지 아래에서 자라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아이가 아빠에게 잘 다가오고 아빠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그런 열려있고 소통이 잘되는 아빠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이런 행동들을 보면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그런 무서운 모습이 나올 것 같아 걱정이다.


육아 선배님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게 가장 좋은 훈육 방법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믿기지 않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