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안 그럴 것 같죠?
맘충
Mom + 蟲(벌레 충). '엄마'라는 입장을 특권처럼 내세워 상대방의 이권을 강탈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사회 전반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일삼는 유자녀 여성들을 벌레에 빗대 비꼬는 신조어다.
부정적인 뜻의 단어다.
아이가 있는 엄마가 아이가 부리는 '민폐'를 민폐라고 생각하지 않아 주의 사람들에게 불쾌감이나 피해를 주는데 그것을 제재하지 않고 방관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이들을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기 전, 아니 아이를 낳기 전에 아이들이 실내나 조용한 공간에서 뛰어다니거나 큰소리를 내거나 주변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면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아이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그것을 방관하는 부모가 더 문제라는 생각도 했다.
아니 도대체 부모는 뭐 하는 거야??
조용히 해야 될 공간에서, 식사하는 공간에서 왜 이렇게 떠들고 뛰어다니는 거야? 수저는 또 왜 그렇게 떨어트리는 거야 시끄럽게...
그러다 내가 부모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 신생아부터 뒤집기 기어 다니기 그리고 일어서기를 하다 걷기까지 하면 부모에겐 더 없는 기쁨이다. 그리고 태어난 지 1년이 지나고 그 뒤부터 아이가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말도 할 줄 알게 되고 본인의 생각도 생기고 고집도 생긴다.
이때부터 아이는 통제하기가 꽤나 힘들어진다.
걸어 다닐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뛰어다니기 시작하고 고집이 생기는 순간부터 부모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혼일 때 길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큰소리를 치거나 혼내는 경우를 종종 본 적이 있었다.
애한테 왜 저렇게 뭐라고 하는 거야... 그것도 길거리에서.
할 거면 집에 가서 하던가.
그땐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얼마 전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2주간 동안 주말 4일을 내가 큰 아이를 홀로 보살폈는데 하... 아내는 성격이 정말 좋구나. 참을성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겨우 4일 동안 나는 아이에게 몇 번이나 소리를 질렀다.
육아를 하다 보니 평온했던 순간에서 화가 Max로 치닫는데 까지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휴...) 육아는 정말 힘들다. 얼마 전 긴 휴일이 있었는데 집에서 육아를 하는 동안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그냥 출근하고 싶다...
미혼 일 때는 긴 휴일이 있으면 그저 좋았는데 아이가 있으니 휴일이 반갑지 만은 않다.
부모로서 아이는 아이처럼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만져보고 마음껏 뛰어놀고 '애는 그렇지 뭐' 하는 마음 말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야 하는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주변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되고 실례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제재해야 하고 안 되는 건 안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그런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사회규범을 모른다. 가르쳐도 잊고 본능대로 움직인다. 아이들의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엄마가 뭐라고 하면 듣는 둥 마는 둥이다. 혼을 내면 그 당시는 그 행동을 하지 않지만 돌아서면 또 한다. 그러니 엄마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아빠라고 안 그렇겠냐만은)
집에서는 그런 행동을 해도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밖에서 하면 문제가 된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만지거나 가지고 놀거나 진열된 상품을 만지거나(망가지기 십상이다) 다른 아이가 가지고 놀고 있는 것들을 뺏거나 하는 등의 여러 가지 행동들 말이다. 혹은 가위나 칼 같은 위험한 물건들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도 '만지면 안 돼'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 많은 제재를 가하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하지 마', '안돼', 이런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아이에게 좀 미안하기도 하다. 아이 입장에서는 "세상은 신기한 것들 투성이 인데 엄마, 아빠는 온통 안된다고만 이야기해"라고 생각할 것만 같다. 밖에 나가면 집에서는 보지 못한 신기한 것들이 더 많다. 그것들은 대부분 남의 것이거나 위험한 것들 혹은 만져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들이 궁금해서 만져보는 건데 부모는 안된다고만 이야기한다.
미혼일 때는 그런 부모들의 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왜 부모는 가만히 있나. 애 교육을 잘못 시켰구먼?' 이런 식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워보니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많다. 어쩌면 나 또한 어딘가에서 민폐를 끼치는 아이의 행동을 방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불편했을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기가 참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안 데리고 나갈 수도 없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도 아이가 뭘 잘못했냐는 식으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 때문에 '맘충'이라는 단어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 가고 있다.
나의 행동이 모두 옳다는 사람, 내가 뭘 잘못했냐는 사람, 본인이 잘못했지만 적반하장으로 상대의 잘못으로 돌리는 사람. 조금만 더 타인을 배려한다면 서로 불쾌할 일도 없다. 아이로 인해 상대방이 불편하다면 '죄송합니다' 한마디만 하면 된다. 아이가 뭘 알겠는가? 아이를 대신해서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다.
조금만 더 서로를 배려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산율도 낮은 시대에 육아하는 분들 모두 화이팅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