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기도 하지만
특히, 신뢰에 대한 실망은 아프다.
이때는 무척 참담하고,
처참해져서,
약이 오르거나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질문도 생긴다.
나는 나를 신뢰하고 있긴 할까?
내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내가 세상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내가 무척 슬플 때나 절망스러울 때,
한결같이 나를 이해해 주고 수용해 주는
든든한 내가 있다는 것을 나 자신이 믿고 있을까?
결국 나는 어쩌면
내가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해서
나 자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 어디서든
내가 어떤 상태이든
내 편이 있다는 '신뢰'를 나누는 관계는
결국 나 자신과 먼저라는 것을
실망을 통해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