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임 유튜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네 눈에
하트가 50개는 들어있더라
그런데 나는 그게 공감이 안 돼서 난감했어
네가 6살 일 때,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고 주장할 때도
비도 안 오는데 레인 부츠를 신겠다고 할 때도
너는 나에게 귀엽게만 보였고
뒤죽박죽인 네 취향이 나는 재미있었어
오늘 아침에도,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 날인데
그저 앞주머니가 있다는 이유로
나에게는 '칙칙해 보이는' 옷을 골라 입고 나간
너의 선택이 나는 괜찮아
오늘은 왠지 실용주의이고 싶은 날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왜 이 주제는 나에게 여엉 불편한 걸까
네가 결혼 상대를 데려온 것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내가 결혼할 사람도 아닌데
이번에는 내 마음이 불편해
아마도 지금부터는 '진짜'라고 여겨져서 그런가 봐..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는 있어
나도 그랬거든
연애할 때 내 엄마의 취향은 안중에도 없었어
그때, 엄마 마음도 불편했으려나..
내가 누굴 만나든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견 없이
늘 환영해 주던 엄마의 속을 이제 와서 되돌아보게 되네..
나는 있잖아.
'선을 지키는, 품위 있는 엄마'이고 싶어
그래서 우리에게는 안전거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단히 떠올려보려고
아 그래서 말인데, 얼마 전에 네가 한 말이 나에게는 효과가 있어
"우리 딸 아빠랑 결혼할 거지?"라고 여전히 질척거리는 딸바보 아빠에게 네가 야몰딱지게 했던 말
"아빠는 내 취향이 아니야"
우린 서로 다른 존재니까
각자 자신의 영역을 그렇게 구축해 나가 보자
그날 깜짝 놀라며 타격을 입은 '내 취향인' 남자는 내가 잘 다독여볼게
오늘도 사랑해. 우리 딸.
*)그림출처: Breathe, ISSUE 15, 틔움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