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답을 찾다.
"모든 게 달라진 이유는 이젠 그녀가 단지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상상 속 완벽한 딸이나 동생, 애인, 아내, 엄마 직원, 혹은 무언가가 되는 데서 유일한 성취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만 책임지면 그만이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p.401)
나는 그저 나로서 존재해야 한다. 이 당연한 사실을 나는 얼마 전에야 깨달았다.
나는 언제나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무언가가 되기를 갈구했다.
취업준비를 하고, 공부하고 있는 나는 미완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나아지기 위해 스트레스받고 늘 더 완성형의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이 형체조차 없는 신기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인 후에야 나는 비로소 한평생 나를 옥죄던 후회와 죄책감, 자기혐오에서 자유로워졌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 자체가 나의 삶 그 자체이다. 무언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나는 이미 나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부분이 나의 삶이었다.
더 이상은 현재의 행복을 미래의 '성공한'나를 위해 미뤄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나도 충분히 행복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후회와 자기혐오는 내 20대의 동반자였다.
수많은 후회가 쌓여가고, 꾹꾹 다져져 날카로워진 감정들은 결국 나에게 되돌아왔다.
후회가 자기혐오로 이어지고, 그 혐오가 다시 후회로 남는 굴레에 갇혀있었다.
실제로 내 20대 초반 일기장은 '왜 사냐', '차리리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 이딴 문구들로 가득 차 있다.
이제야 비로소 후회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나에게 친구가 선물해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그야말로 최적의 시기에, 최고의 효과를 낸 책이다.
주인공 '노라'에게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고, 그녀의 고뇌와 한숨이 마치 내 것 인양 우울했다.
모든 사람은 후회를 한다.
'그때 그 선택을 했으면 지금쯤 행복할 텐데..'라는 무의미한 생각이 현재의 나를 갉아먹도록 방치한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그때 그 선택을 했으면 정말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찌 보면 '다른 선택을 했어도 분명 역경은 있었을 거야'라는 현실적인(?) 조언이지만,
이 조언은 내가 평생 해온 후회의 뿌리를 통째로 흔들었다.
우리는 다른 선택의 긍정적인 결과만을 상상하며 현재를 파괴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삶을 살아보지 않았으니 과정은 건너뛰고 행복한 결과만을 상상하지만,
막상 다른 삶을 산다고 내가 바라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다른 삶에서도 난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고, 그 선택에 의해 좌절하고 불행할 수도 있다.
좌절에 지친 다른 삶의 나는 오히려 지금의 나를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내 길'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냥 나일뿐이고, 그저 '살아내면'되는 것이다.
내가 가는 곳이 내 길이고, 내 삶이다.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구절들>
"부모님이 불행했던 이유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성취하겠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200)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건 그만둬야 할지 몰라, 노라" (p.276)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삶이 아니다. 후회 그 자체다. 바로 이 후회가 우리를 쪼글쪼글 시들게 하고,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원수처럼 느껴지게 한다." (p.390)
"우리는 한 사람이기만 하면 된다. 한 존재만 느끼면 된다.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무한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늘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고 있다."(p.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