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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럽키진 Dec 26. 2022

아이들에게도 타이밍이 있어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나요?

 '책을 잘 읽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초등 준비는 책 읽기가 전부이다' '책만 읽고 부자 되었어요' '수능 만점자,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 '책에 인생의 답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책을 즐겨 읽는다' 등등 책의 중요성이 여전히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시간이 부족한 부모님은 많다.


 그냥 책을 들고 10분 읽어주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다. 자기가 낳은 아이지만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읽어줄 자신이 없다. 재미있게 읽어주지 않아도 엄마 목소리로 읽어주기만 해도 좋다고 추천하지만, 쉽지는 않은 듯하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내가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그림을 보면서 아이와 대화하고, 발음은 절대 좋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아이와 함께 책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란 말을 듣고도 용기가 안 나는 것처럼. 어떻게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좋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리고, 그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매 다닌다.


 무언가를 설명하고, 가르치는 데에는 재능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책을 읽어주는 것에는 큰 재능이 필요 없다. 아이는 엄마와 친해지고 사랑받는 느낌과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뿐이다. 엄마 무릎에 앉아 따뜻한 온기를 전해 받으면 된다. 엄마 눈에 비친 내 얼굴에 웃음이 있으면 그걸로 최고이다.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한데, 그 단추를 꿰지 못하고 출발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고생하고 평생 상처로 살아가기도 한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장난감이 있으면 만져보고 소리 듣고 맛도 본다. 그러다 원리를 알아내고 재미있게 가지고 논다. 책도 마찬가지인데, 처음에는 무언지도 모르고 듣고 보고 하겠지. 색감이 이쁜 지도 무슨 그림인지도 모르고 엄마 눈과 입만 보고 소리만 들을 것이다. 엄마 목소리로 전해오는 이야기이므로 귀를 쫑긋 세울 것이다.

그러면서 이게 인형이고, 이게 공이고, 이게 바나나인지 알게 되겠지. 자주 반복하다 보면 " 이런 게 바나나구나. 이런 색을 노란색이라고 하는 거구나. 엄마가 어제 입에 넣어주신 것이 바나나네. 맛은 이렇고 향은 이렇구나." 서서히 알게 되겠지. 먹어 보면서 " 바나나를 좋아해. 빨간색 사과보다 나는 바나나가  맛있는  같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내기도 하고.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구분하기도 한다. 자연관찰 책을 읽으면서 "바나나는 이런 곳에서 자라고 열매가 이렇게 익어서 우리가 먹게 되는구나. 바나나를 엄마가    오셨는데 먹고  개가 남아있구나." 하며 수의 개념을 익히게 된다.


 가장 폭넓게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책을 통한 가르침이다. 대부분의 부모님은 자식이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 행복하게 이 세상을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거기에 어쩌면 공부는 빠져서는 안 될 조건이다. 공부를 못하면 새로운 지식과 가르침을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많으니까. 본격적인 공부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시작이 된다. 그래서 엄마들은 고민에 빠진다. 첫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것인가 계속 다닐 것인가에 대한 고민.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게 준비를 해줘야 할 것 같고, 혹시나 학교에서 일이 있거나 공부를 따라가지 못할까 봐 걱정을 한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데 계속 직장을 다닌다는 게 아이에게 미안하거나 엄마로서 죄책감이 밀려오기도 한단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서서히 준비를 했더라면 사실상 초등 입학이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과정을 잘 들여다보고 어려움이 있는 부분은 노력하고 개선하면 되었을 것이고, 학습적인 부분 또한 책 읽기와 쓰는 연습을 가볍게 꾸준히 집에서 해오면 된다. 직장맘이라도 주말을 이용해해도 충분하다. 어릴 때부터 바쁘더라도 책 읽기를 꾸준히 해오고 부모와 소통을 잘했더라면 수월하다.



안타까운 것은 아이가 책을 가져오면서 제발 읽어달라고 하며 호기심 어린 얼굴을 들이밀 때, 힘들다고 바쁘다고 그냥 돌려보내지만 않으면 좋겠다. 그 타이밍은 나중에 엄청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기에. 나중에는 사교육으로 수억을 쓴다 해도 그 학습에 대한 호기심을 다시는 불러오지 못한다. 크나큰 계기가 따로 없다면.


 내가 지금도 잘했다 스스로 칭찬하는 것은, 독서에 대한 즐거움을 세 아이 모두 가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설거지가 잔뜩 쌓여 있어도, 육아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어도 책을 가져오는 아이를 그냥 돌려보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놀아달라고 할 때 놀아주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할 때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면 약속을 꼭 지키려고 노력했다. 내가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것을 즐기려고 안된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놀아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타이밍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현재 힘을 들이지 않고도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얼마 전 아이에게 친구들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넌 별로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은데, 1등을 해?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건가? 암튼 부럽다." 이런 말을 전해 듣고 아이에게 "00 이가 정말 열심히 살아온 것을 몰라서 하는 말 같아.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책이 무수히 많고, 많은 경험이 배경지식이 되고, 시험 기간에는 아이들이 상상도 못 할 만큼 열심히 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하는 말들이지.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야기를 듣고 태어난 00 이를. 세 살부터 밤새 책을 읽자며, 엄마는 졸리면 옆에서 자도 되니 책은 자기 혼자 봐도 된다. 옆에만 있어달라고 하는 00 이를 몰라서 하는 말이지." 물론 똑똑해지기도 했겠지만, 그 노력과 즐거움으로 인한 활동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가끔 엄마들이 묻는다. 사교육 없이 어떻게 그러냐고. 그러나 대답은 한결같다. 운이 좋아 그렇다고.

만약 정말 진심 배우고자 묻는다면 성심성의껏 대답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엄마들은 배울 생각이 없다. 그저 호기심일 뿐이다. 자기 자식은 그럴 수 없을 것이란 걸 결정 내리고 묻기에 가장 흔한 운이라는 것을  끌고 들어와 대답을 할 수밖에. 아이를 믿고 노력할 자신이 있다면 대답은 달라질 것이다.



 인생에 있어 성공할 타이밍이 있듯 아이들도 성장할 타이밍이 있다. 더 이상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를.

"아이가 원할 때 충분히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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