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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문화생활 Dec 02. 2021

김기영, 하녀(1960) 권력관계와 주체적 여성

계단을 매개로한 권력관계 그리고 여성캐릭터의 주체성 


하녀(1960)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스릴러

국가: 한국

러닝타임: 111분

주인공인 그(김진규 분)는 아내(주증녀 분)와 다리가 불편한 딸, 그리고 아들(안성기 분)과 행복하게 살면서 방직공장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음악선생이자 작곡가이다. 또한 그는 방직공장의 여공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에 가정부(이은심 분)가 들어오고 집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는 아내 몰래 가정부와 불의의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가정부는 이상성격의 소유자로 그를 협박한다. 이렇게 한 지붕 아래서 남편과 아내, 그리고 가정부 이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줄거리 2. 방직 공장의 음악부 선생 동식은 여공 선영에게 연애편지를 받자 이 사실을 사감에게 알린다. 이 일로 선영은 공장을 그만두고, 그녀의 친구 경희는 모종의 결심을 하고 동식의 집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온다. 새 집으로 이사한 후 아내의 몸이 쇠약해지자 동식은 경희에게 부탁해 하녀를 소개받는다. 임신한 아내가 친정에 다니러 간 사이 경희는 동식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이 모습을 창 밖에서 몰래 지켜보던 하녀는 동식을 유혹해 육체 관계를 맺는다. 3개월 후 하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하녀를 설득해 낙태를 하게 하고, 이후 하녀의 집요한 복수가 시작된다.




<하녀>는 1960년 개봉한 스릴러 영화. 한국의 알프레드 히치콕이라 불리는 김기영 감독의 명작으로 꼽힙니다. 매력적인 음악 선생인 동식을 두고 벌어지는 세 여자들의 복잡한 애정 관계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는 극장이 아닌 집, 스크린이 아닌 휴대폰 액정으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영상매체들이 쏟아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영화들이 개봉되고 있습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6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언급되고 기억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2000년대 이전 영화는 내용에 대한 규제가 많았다고 생각하는데요. 표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김기영 감독은 파격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했습니다. 현재, 미디어에서도 불륜을 주제로 한 콘텐츠는 크게 대중화되지 않았으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기영 감독의 <하녀>가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이유는 지금 관점에서 바라봐도 파격인 이야기와 잘 짜인 미장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식과 하녀와의 불미스러운 관계, 하녀의 광기, 독극물을 마시며 자살하는 모습 등 영화는 다소 자극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시사하고 있는 점이 굉장히 큽니다. <하녀>의 첫 시작은 실뜨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시작이 되며 방직공장으로 장면이 전환됩니다. 또한 동식의 아내는 재봉틀로 부업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실을 통해 여성들의 경제활동의 주체이자 '자립'을 보여주었습니다.



2층으로 된 양옥집은 1층과 2층에서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데요. 피아노 교습을 받는 경희는 동식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하녀와 불미스러운 관계는 2층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은 1층에 있는 아내가 알지 못했습니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하녀>는 계단이라는 매개를 통해 권력관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식의 부인은 하녀가 임신을 한 사실을 알고 하녀에게 계단에서 뛰어내리라고 부탁을 합니다. 하녀는 계단에서 뛰어내리는데 계단을 통해 안주인이 권력의 우위단계에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식의 아들은 2층에서 하녀에게 ‘물을 가져오라’ 명령합니다. 권력관계에 맞선 하녀는 물에 쥐약을 탔고 동식의 아들은 계단에 떨어져 죽습니다. 이후 권력관계는 바뀌었습니다. 하녀는 계단 위에서 안주인을 내리깔 듯이 쳐다보기 시작했고, 동식에게 ‘여보’라고 칭하며 2층에서 자신과 함께 할 것을 명령합니다. 2층은 아내가 잘 올라가지 않는 공간이며, 다리가 아픈 딸이 쉽게 올라갈 수 없는 공간으로 비칩니다. 하지만 하녀는 이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듭니다.


동식의 아내와 딸이 쥐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는 쥐에 대한 공포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녀는 쥐를 무서워하지 않고 맨손으로 쥐를 잡습니다. 쥐와 마찬가지로 동식의 아내와 딸에게 하녀는 쥐와 같이 공포심을 주는 존재입니다


‘식성을 맞춰서 요리를 만들어주고 체취가 밴 옷을 빨아주고 회사에서 돌아오면 현관에서 맞아주고 언제나 하녀를 손닿을 곳에 놔두고 있다’ 하녀라는 직업 특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하녀는 허드렛일을 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하녀를 통해 권력의 반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녀를 통해 권력의 반전을 대리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하녀>를 통해 1960년대의 시대상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여성은 순결해야 하며 수동적인 여성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를 잃은 이후 수동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권력을 잡았으며 결국엔 동식의 목숨마저 앗아갑니다. <하녀>를 통해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주체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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