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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문화생활 Dec 13. 2021

[영화: 밀양] 기독교적 믿음과 용서, 인간구원

누군가의 따듯한 사랑과 같은 햇볕

밀양(2007)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141분


서른 세 살. 남편을 잃은 그녀는 아들 준과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가고 있다. 이미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피아니스트의 희망도 남편에 대한 꿈도... 이 작은 도시에서 그 만큼 작은 피아노 학원을 연 후, 그녀는 새 시작을 기약한다. 그러나 관객은 이내 곧 연약한 애벌레처럼 웅크린 그녀의 등에서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던지는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도연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시크릿 선샤인>, 이 영화는 전도연 연기 인생의 새 출발점이다. 밀양 외곽 5km... 그는 신애(전도연)를 처음 만난다. 고장으로 서버린 그녀의 차가 카센터 사장인 그를 불렀던 것. 그리고 이 낯선 여자는 자신의 목소리처럼 잊혀지지 않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그는 밀양과 닮아 있다. 특별할 것이 없는 그만큼의 욕심과 그만큼의 속물성과 또 그만큼의 순진함이 배어 있는 남자. 마을잔치나 동네 상가집에 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누구처럼 그는 신애의 삶에 스며든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곁에 서 있다. 한 번쯤은 그녀가 자신의 눈을 바라봐 주길 기다리며... 그리고 송강호, 그의 새로운 도전을 우린 기대하게 된다. 그처럼 평범하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그처럼 아파하는 여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 남자의 시선과 사랑을 그는 어떻게 표현할까?




신애(전도연)는 남편과 사별 후 아들과 함께 밀양으로 오게 됩니다. 신애는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하다가, 아들 준(선정엽)이가 다니던 학원의 원장에게 아들이 납치,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아들을 잃은 후  상처 입은 신애는 개신교에 귀의하게 되는데 종교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게 되고, 개신교가 강조하는 그리스도 정신에 따라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아들을 죽인 살인범에게 교도소 면회를 갔으나 그 살인범은 신애에게 사죄하기는커녕 자기는 이미 신한테 용서를 받았다면서 멋대로 마음의 짐을 털어낸 뻔뻔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를 본 신애가 좌절하여 신을 증오하게 되는 모습을 다룬 영화입니다. 송강호는 그런 그녀를 계속 옆에서 지켜보는 김종찬 역을 맡았다. 종찬은 신애의 곁에서 지켜주고 보듬어줍니다. 신애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종찬은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신애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합니다. 


영화 <밀양>의 원작은 이청준의 단편소설 '벌레이야기'입니다. 원작 속 밀양은 남편의 1인칭 시점으로 다뤄지는데요. 이에 반해 영화 <밀양>은 관객이 영화 속 등장인물, 특히 신애에게 몰입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내가 먼저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느님이 먼저 용서할 수가 있어요 .. ?

아들 준이를 살해한 범인의 용서를 결심하고, 교도소로 범인을 찾아간 신애는 범인과 면회를 합니다. 살인범은 "하나님께서는 이미 저를 용서하셨습니다"라는 태연한 반응을 보입니다. 사람을 죽이고도 뻔뻔한 모습에, 신애는 주님으로부터 자신의 용서를 빼앗겨버렸습니다. 주님의 용서와 구원의 은혜를 누리는 범인의 태도에 절망감을 느낍니다. 



신애는 교회 예배 시간에 찾아가 의자를 두들기는 것을 시작으로 정신병적 행동을 하며 신에 대한 증오를 마구 표출하기 시작합니다. 김추자의 거짓말이야가 수록된 음반을 가게에서 절도한 뒤 동네 교회 부흥회에서 그 음반을 몰래 밀어 넣어 틀어버리는 테러를 저지른다거나, 자기 교회 장로를 고의로 성적으로 타락시키려 한다거나, 끝내는 자신의 손목을 긋기까지 합니다. 그런 타락의 장면마다 신애는 하늘을 바라보며 "보이니? 보여?"라며 하늘을 향해 속삭인다. 물건을 '훔치고', '간음'을 저지르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합니다. 


영화에선 신애의 급작스러운 성격 및 태도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신애에게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제3자로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도록 합니다. 신애의 적극적인 행위 부정입니다.  신애는 원작에선 자살을 했지만, 영화에선 자살시도만 합니다.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어버리려 하고, 신을 부정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줍니다. 원작에 비해 종교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용서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참된 회개란 무엇인지,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신이 용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햇빛처럼 어느 곳에나 하나님이 계신다”는 약사의 전도 앞에서, 그녀는 약국 한구석에 비취는 빛 안에 손을 넣으며 “하나님이 어디 계세요?”라며 웃는다. 신애처럼 불행한 사람에게 주님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약국 사모님은 말합니다. 신애는 절망 속에서 한줄기 비밀스러운 희망의 빛을 봅니다. 신애에게 빛은 '신'이었습니다. 


밀양의 영어제목은 'Secret sunshine' '은밀한 빛', '숨겨진 빛'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밀스러운 햇볕, 한 줄기 빛처럼 희망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밀양'은 언제나 누군가의 따듯한 사랑과 같은 햇볕이 우리 주위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결말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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