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수업 에피소드
오늘 아침에 누군가가 나의 약점을 지적해 주셨다.
그런데 그분이 참 고맙기만 했다.
나는 매일 아침 8시 수영을 한다. 어느덧 15개월이나 다녔다. 작년에 퇴사하면서 '잘' 쉬기 위하여, 또 아침에 운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해서, 등록해 버린 수영이, 이젠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문제 많은' 나의 몸뚱이에 그나마의 '건강' 한 스푼을 추가해 준다.
오늘 아침에 '스타트' 연습이 있었다. 점프해서 물에 뛰어드는 훈련이다. 물밖에서 머리부터 물에 뛰어들어가야 하니 스타트를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꾀나 많다. 나는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스타트가 안정적이지 못해서 항상 고민이 많다. 칭찬받을 만큼 잘할 때도 있고, 수경에 물이 들어갈 정도로 엉망일 때도 있다.
안정적인 스타트를 연마하기 위하여 밤을 새워가며 영상을 찾아본 적도 있고, 스타트 연습할 때 뒤에 분한테 나의 동작을 봐달라고 한 적도 있다.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의 문제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오늘 강사님께서 킥판을 저 멀리(사실은 1m 정도 거리)에 들어 올리며 여기까지 넘겨서 뛰어내리라고 했다. 지레 겁먹은 분들도 많았지만 정말 가볍게 물속으로 쓩- 들어가시는 분이 몇 분 계셨다. 몇 번 뛰었더니 역시나 수경에 물이 들어가기도 했고, 킥판에 다리가 닿기도 했다. 휴... 오늘도 똑같이 불안정하는구먼!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뛰실 때 눈 어디 보세요?"
"네? 그냥 뛰는데요~?"
"뛰실 때 물을 보시는 것 같아요. 물을 보지 말고 끝까지 발을 보세요."
옆 레인 언니분이 저에게 말을 걸어주셨다. 그분이 '쓩-' 멤버 중의 한 분이시다. 그분의 말을 듣고 전에 봤던 영상들이 생각났다. 영상에서 강조한 것이 끝까지 발을 보라는 부분인데, 나름 따라 한다는 내가 정작 동작은 그렇게 못하고 있었던 것을 그분이 지적해 주셨다.
이번엔 끝까지 발끝을 주시하는 느낌으로 뛰어봤다. 수경은 안전했다. 근데 다리가 또 킥판에 닿았다.
"지금 멀리 뛰시기는 하는데, 포물선의 느낌이 아니라 몸이 너무 뻗어있어요. 그 이유는 아마 팔을 너무 높게 들어서 그런데, 손끝이 먼저 입수하는 느낌으로 포물선 그리듯 해보세요. 앞으로 멀리 뛸 생각 말고요."
아! 이거다! 지금까지 궁금했던 내 고민의 답.
사실 머리를 끝까지 숙여 발끝을 봐야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나의 동작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다. 이 분이 내가 평소에 답답했던 그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신 느낌이다. 팔의 각도, 입수할 때 몸의 각도. 이 부분을 나는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장이 빨리 뛸 만큼 기뻤다.
아쉽게도 그 뒤로 스타트를 한 번밖에 못했다. 그래서 그분을 통해 발견된 나의 문제점을 제대로 느끼거나 연습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야! 다음 스타트 연습의 키포인트를 받았는데 말이다~!
진정성 있게 표현을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그분께 너무 감사했다. 사실 사람 많은 데서 대뜸 이렇게 말을 건네주시면서 나름 '약점'을 지적해 주시는 건 상대에게도 큰 부담이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특히나 내가 궁금했던 나의 자세까지 알려주고 개선방법도 알려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의 이런 '기분 좋음'도 나는 좋았다. 누군가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지적'을 해주는 건 아주 많이 감사한 일이라는 걸 몸소 깨달은 하루였다.
오늘 아침, 누군가 나의 약점을 지적했다.
근데 그 약점은 곧 나를 더 완벽하게 만들어줄 것을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