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7/29 크루즈
오늘은 크루즈가 캐나다를 지나 북쪽 알래스카로 하루 종일 달린다.
온종일 바다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수영장 근처에는 어제까지 물놀이하던 아이들이 흔적도 없다. 바람도 거세서 갑판에 나가기 조차 무섭다. 피서 이상의 날씨다.
한국의 여름 날씨에서 갑자기 이 극단적인 상황에 적응하느라 몸이 하루 종일 아프다.
뱃멀미도 약간 있는 거 같다. 16만 톤이나 되는 거대한 아파트 두 동 같은 배인데도 날씨가 거세니 흔들림이 느껴진다.
그래서 실내 모든 층을 구석구석 돌아보기로 했다.
상상 이상의 규모와 시설에 놀랄 따름이다.
시차와 멀미 날씨 때문에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그래도 힘을 내야지. 식사를 하러 갔다.
빠질 수 없는 크루즈의 음식 이야기.
미국, 인도, 히스패닉, 이태리, 프랑스, 심지어 알래스카의 음식 종류들이 있다.
그런데 중국식은 없다. 지금 중국과 무역 갈등 때문인가. 한국식이나 일식도 없다.
승객수가 적어서 그런가 생각해 본다.
매일 저녁의 메인 메뉴는 바뀌어서 음식이 질리지는 않는다.
맛의 수준도 4성급 호텔 뷔페식당 정도는 된다.
메인 요리를 실컷 먹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이나 과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매일 공연을 보고 카지노에서 게임도 했다.
곳곳에서 연주와 공연이 있다.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보는 시간들이 낯설기는 하지만 돌아갈 일상을 잊고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듯하다.
음악에 몸을 맡겨 춤추는 어린 꼬마의 모습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른다.
어릴 때부터 즐길 줄 아는 문화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다.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저녁식사도 하고
자쿠지에서 스파도 즐기고 여기저기 산책을 하며 영화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제일 많이 간 곳은 선상 위 자쿠지이다.
매일 저녁이면 쌀쌀 한 크루즈 날씨에도 뜨끈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석양을 바라보았다.
멀리 석양 속으로 다른 크루즈가 지나간다.
여기는 10시까지 해가 완전히 지지 않는다.
자쿠지에서 알래스카 설산 아래로 지는 해를 보고 있자니 너무 아름답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 인생에 이런 순간도 주어지는구나.
눈이 빨개지도록 지쳐서야 방으로 들어와 깊은 잠에 들었다.
꿈에서도 계속 석양 속 자쿠지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