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시애틀
11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낮 두시 정도에 시애틀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호텔로 가는 택시를 탔다.
세 명이 40불이면 공항버스보다 싸다.
우리가 정한 숙소는 올리브 하이야트 엣 올리브 호텔이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 해서 운영하는데 시애틀의 역사의 흔적과 새로 단장한 실내의 조화가 웅장하면서도 고급스럽다. 하루 숙박치 고는 비싼 돈을 주었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 아침 크루즈를 타기 전까지 반나절의 시애틀 관광에 나섰다.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플레이스 마켓이 있다. 1907년에 시작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며 시애틀이 항구도시인 것을 알려주는 신선한 생선과 과일 야채들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있다.
한 마리 사서 소금을 쳐서 구워 먹고 싶은 먹음직스러운 자태들을 뽐내고 있다.
한편에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인다. 1971년 오픈한 스타벅스 앞이다.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많은 기념품들을 판다고 한다. 구경할 겸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줄이 너무나 길어서 비행기 속에서 탈진한 에너지로는 도저히 서서 기다릴 자신이 없다.
발길을 돌려 근처 그램 차우더 맛집으로 왔다.
여기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맛있는 차우더 향과 거리의 악사의 연주를 전채 코스로 즐기며 기다리기로 했다.
pike place chowder 크램차우더 맛집
여덟 가지 크림 차우더 중 네 가지를 주인장의 추천으로 주문하고 약간의 빵과 음료수와 함께 간신이 잡은 테이블에 앉아 낯선 땅에서 맛있는 첫 끼를 시작했다.
짠맛과 어우러진 생선 맛이 바닷가 사람들의 식생활을 가늠하게 했다. 바닷가라 소금이 많아서인지 생선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모르지만 짜다.
자꾸 먹다 보니 익숙해지기는 한다.
시애틀 수족관
20분쯤 걸어서 시애틀 수족관에 갔다.
시애틀 주변의 바다에서 서식하는 어류를 중심으로 400종 이상의 해양 동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1인당 35불의 입장료가 비싼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싸게 해 달라고 해봤더니 세상에 29불에 해준단다. 입장료를 깎아 보기는 처음이다.
수족관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서인지 전형적인 현대적인 전시장 구조는 아니지만 제법 규모가 커다.
엘 가우초
미국 여행 온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애틀에서 가장 좋은 스테이크 집을 예약했다. ‘엘 가우초’라는 유명한 맛집이다,
식당으로 가는 길이 퍼레이드로 막혀서 빙빙 돌아 예약시간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시애틀 최고의 식당답지 않은 소박한 입구를 열고 들어가니 누아르 영화에 나올법한 식당의 장면이 펼쳐져있다.
어두컴컴한 실내에 정장을 한 남녀들이 테이블마다 앉아 와인과 식사를 즐기며 웃고 있다.
정장을 빼입은 웨이트들이 테이블 사이를 우아하게 날아다니고 한편에서 피아노 연주도 한다.
멋진 스테이크 냄새를 맡으며 안내된 테이블은 바로 피아노 연주자 옆이다. 반백의 멋쟁이 신사가 연주하는 재즈 즉흥곡이 와인과 함께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정말 맛있는 빵과 스테이크, 와인의 향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스패이스 니들
밤늦은 거리를 걸으며 스페이스 니들로 향했다.
끝부분이 바늘처럼 뽀죡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스패이스 니들 전망대에서 UFO처럼 보이는 전망대에 오르면
360 도로 펼쳐지는 시애틀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배경이 된 곳이다
.
근처에 오니 몇 시간 전에 보았던 퍼레이드 행사가 막바지이다.
시애틀에 사는 소수민족들이 민족의상을 입고 자기 민족을 춤으로 표현하거나 참한 중고등학생의 밴드 행진과 음악도 참신하다. 미인대회 수상자들의 행렬도 있다.
입장권을 사서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나만 올라가기를 포기했다. 공황장애 약으로도 극복하지 못한 고소 공포증. 엘리베이터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앉아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매표소에 와서 환불받았다
반나절의 짧은 시애틀 관광에 아쉬움을 남기며 다음날 여행을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