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도 서울대처럼 우수한 대학을 10개 만들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 한 마디는,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큰 물줄기를 바꾸려는 선언이다.
서울에 집중된 교육자원,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그 의지에는 물론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이 있다.
좋은 대학을 만든다고 해서, 과연 그 대학의 졸업생들은 직장을 찾기 위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좋은 교수, 첨단 시설, 풍부한 연구비로 지방의 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올려놨다 해도, 졸업생들이 꿈꾸는 직장은 대부분 서울 수도권에 있다.
대기업 본사, 로펌, 병원, 중앙정부, 고시생들이 모이는 고시촌까지—결국 수도권이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한때 구미는 전자산업의 메카였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활발히 연구하고 생산을 하던 시절, 전국 각지의 인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기업이 떠나자, 사람도 떠났다.
좋은 대학은커녕, 지역 전체가 침체를 피할 수 없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좋은 대학이 있다고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와 산업이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그 다음에 대학이 자리잡는다는 사실이다.
즉,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방에 서울대 만들기" 정책은 교육정책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정책과 맞물려야 한다.
지방에 우수 대학을 만든다면, 그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그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산업을 유치하고, 기업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이들이 자녀를 기를 수 있는 좋은 초중고 교육 환경도 함께 조성해야 한다.
대학이 스스로 설 수 있으려면, 그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아이는 지역대학에 가도 충분하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못지않은 대학,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그 대학이 지역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지금 당장 교수와 건물을 늘리고 예산을 퍼붓는다고, 곧바로 명문대가 탄생하지는 않는다.
천천히, 그리고 지역사회 전체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공약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려면, 대학이라는 나무만 키우지 말고, 그 뿌리가 될 지역의 삶터와 일자리, 학교, 문화, 그리고 사람을 함께 키워야 한다.
서울을 따라잡기보다, 지역만의 강점을 살리는 ‘다른 서울대’, ‘다양한 명문대’가 전국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정책의 균형감과 현실감각이 함께해야 한다.
좋은 뜻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