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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r 메이르 Jan 13. 2024

파리 디자이너, 대화의 예술

얼마 전 앤트워프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왔다. 그녀는 파리 기반 패션 브랜드에서 일을 하다 영국에 있는 브랜드로 얼마 전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입사 전날까지 몇 주간의 공백을 재빨리 한국으로의 여행 기회로 바꾼 참이었다.


아카데미를 나온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몇 년간 같은 공간에서 고생했던 기억을 공유하는 사이라 그런지 몇 년 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 같았다. 그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오래간만에 잊고 있었던 감각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 감각은 바로 대화에 대한 감각이다.


그 친구는 파리에서 몇 년간 패션 일을 했다. 일을 마치고 평소에 뭘 하냐는 질문에 친구를 만나서 대화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답했다. 그녀가 일을 마치고 들리는 동네 바에는 항상 보는 친구들과 동네 주민들이 있다. 그곳은 일종의 커뮤니티 센터다. 매일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지루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 친구는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대답을 한다. 하지만 파리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로맨스 소설책 같아서 마음이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되기는 한다고 했다.


그런 곳에서 오래 지낸 친구와 대화를 해서일까. 그녀와 대화를 할 때면 내가 마치 퍼포먼스 예술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신이 아는 단어들을 활용하여 spontaneous 하게 조합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읊어댔다. 생각한 것을 완벽한 문장으로 정리한 다음 음성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말을 하면서 생각을 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대화의 초점을 잃진 않았다. 그래서 대화의 흐름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방향은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 묘한 긴장감이 계속 되었다.


나는 이런 대화 방식이 참 creative 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생각을 창조해 내는 그런 것 대화 방식 말이다. 언어로 빚은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자칫 추상적으로 빠져들 수도 있지만, 밀도 높은 묘사력 덕분에 우리 머릿속 피사체들은 능숙한 조명 감독의 손길 아래에서 뚜렷하게 존재한다. Art de la conversation이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프랑스에서 살아본 적 없는 나로서는 낯설고 흥미로운 언어 활용 방식이라 생각했다.


한국에 와서 살다 보면 대화는 음미 보다는 효율적인 소통에 초점이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적확한 단어 사용, 치밀한 논리 구조와 글 짜임새를 갖춘 글들에 열광하는 듯하다. 나 또한 산업인으로서 이러한 글에서 배움을 게을리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작은 세상의 모든 대화가 그런 식으로 흘러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에서 드러나는 색채들을 관찰해가며 음미해가는 이 즐거움을 굳이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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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메이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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