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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Jul 01. 2022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이가 있습니다.

<윤희에게> 리뷰

 우리는 모두 상처받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낯선 것에는 두려움이 따르고, 주위에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방하고 헐뜯으며 저주의 말까지 퍼붓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영웅을 꿈꾸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나는 그들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타인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은 채 순순히 사회가, 세상이 정해놓은 굴레에 맞춰 몸을 구겨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에게 영화 <윤희에게>는 묻습니다.



자신을 외면하고 도달한 그곳은 정말 행복한가요?


 영화 <윤희에게>는 자신을 잃어버린 이들의 영혼없는 인생이 다시 한 번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화면의 배치, 새봄과 쥰의 고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화면 배치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관객으로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무기력하고 그에 압도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그 누구도 일말의 열의를 보여주지 않고 서로의 눈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대화는 무관심과 신경질의 연속에 가깝기에 관객들은 이로 인해 압도되는 분위기를 실감합니다. 이러한 요소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것이 화면 배치입니다.


 영화 초반부의 윤희, 새봄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화면의 좌측에서 우측을 바라보거나 우측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인물들은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거나 한 인물의 얼굴이 보일 때 다른 인물의 뒷모습이 보이는 등 초반부에 인물들간 소통의 단절이 이루어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일을 나가지 않고 윤희가 어디론가 가는 장면 역시 흥미롭습니다. 그 장면에서 카메라는 윤희의 뒷모습을 중점적으로 찍습니다. 셰이키 캠 기법을 이용하여 화면이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동시에 주는데 이는 전날 새봄과의 대화 이후 불안정해진 윤희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주요 인물들이 화면의 우측에 위치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일본에 있는 쥰이 우측에서 좌측에 있는 달을 올려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달은 윤희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달의 한국식 이름인 "월"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 아이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등 윤희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합니다. 또한 자신을 가두는 현실에서 벗어나 나인 그대로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장면 중 하나인 일을 그만두는 장면에서도 윤희는 화면의 우측에 서서 영양사에게 자신은 일을 그만둘 것임을 밝힙니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 우측에서 좌측을 바라보는 것은 본인의 감정에 솔직해지면서 윤희와 쥰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새봄과 쥰의 고모

 이 영화의 주인공은 윤희와 쥰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윤희의 딸인 새봄과 쥰의 고모 덕분이죠. 쥰의 고모는 젊은 시절 짧게 만났던 중학교 교사를 잊지 못합니다. 자신은 평생 그 이를 기억하는 것이라며 미소짓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쥰과 닮은 인물입니다. 정황상 쥰의 고모가 만났던 이도 여성이었을 가능성 역시 존재하죠. 이처럼 쥰의 고모는 또다른 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자신을 보며 자신의 회한을 덜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인물이라고 해석할수도 있죠. 그렇기에 쥰의 고모는 쥰의 편지를 한국에 있는 윤희에게 보내게 됩니다.


 윤희의 딸인 새봄은 쥰의 고모가 보낸 편지를 읽고 윤희와 함께 쥰이 사는 곳으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며 윤희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점을 잘 보여주는 요소가 윤희의 카메라입니다. 윤희에게 있어서 카메라는 고통을 연상케하는 요소임과 동시에 추억을 회상하게하는 요소입니다. 자신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현실의 산물이면서 쥰의 모습을 담았던 사랑의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윤희의 과거와 같은 카메라를 새봄이 고쳐서 다시 작동시키죠. 이는 새봄이 윤희가 잊고 있었던 첫사랑과 과거, 그리고 자신이 피했던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되찾게 해준다는 점을 상징합니다.


 그렇기에 쥰의 고모와 새봄은 사실상 극의 주요 사건들을 다룬 주인공격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는 인물과 윤희가 다시 자기 자신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중요한 인물들이니 말입니다.



 많은 사건이 있고, 그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한 시점 이후로도 윤희와 쥰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과 현실은 변하지 않을것입니다. 윤희를 사랑하지만 윤희는 본인을 사랑하지 않기에 느끼는 외로움을 알기에 그녀에게서 떠난 그녀의 남편처럼 누군가는 그녀들의 곁을 떠날 것입니다. 윤희의 단절된 경력은 세상을 살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고, 그녀들에 대해 어느정도 아는 이들은 윤희의 오빠처럼 다시 한 번 부정적 시선을 보낼것입니다. 이처럼 그녀들은 다시 상처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다시는 예전처럼 무기력한 꼭두각시로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처받고 힘들더라도 자신의 모습을 찾아 행복을 얻어내라는 영화 <윤희에게>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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