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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Jul 08. 2022

고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안티테제로 신세기를 열다

영화 <슈렉> 리뷰

 현재의 디즈니는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공룡 기업의 이미지로 남아있습니다. 픽사, MCU, 20세기 폭스, 스타워즈 세계관 등 엄청난 프랜차이즈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디즈니지만 그들의 근간은 언제나 고전 애니메이션들에 있었습니다. 미형의 왕자와 공주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은 20세기를 디즈니의 세상으로 만들어 주었죠. 하지만 21세기가 접어드는 첫 해 드림웍스는 한 야심작을 발표합니다. 해당 영화에서 드림웍스는 고전 디즈니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되, 엄청난 변주를 주며 디즈니를 풍자하고, 그들의 메시지 전달 방식에 대한 비판을 하였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오늘 리뷰할 영화 <슈렉>입니다.


 이 영화는 도발적인 전개방식, 뛰어난 선곡 능력, 당시로써 굉장히 훌륭했던 메시지를 특징으로 가지는 영화입니다.


1. 전개방식

 영화 <슈렉>의 플롯을 정말 간단하게 정리하면 늪지대에 사는 오우거 슈렉이 용이 지키는 탑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구출하고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슈렉>은 고전 디즈니의 영화들과 다를 바 없는 동화적 전개를 지닌 영화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슈렉은 해당 영화의 스토리와 유사한 동화책을 읽습니다. 그렇지만 그런게 이루어질리 있냐며 책을 찢고 그것으로 뒤처리를 하며 화장실에서 나옵니다. 이처럼 영화 <슈렉>은 전반적으로 디즈니의 전개 방식을 비꼬고 풍자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주인공을 멋지고 백마탄 왕자가 아니라 추하고 미움을 받으며 당나귀와 함께 걸어다니는 오우거로 설정해놓았다는 점에서 한층 더 부각됩니다. 슈렉은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해를 사는 인물이자 가슴 한 구석에 상처가 있는 인물이죠.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디즈니는 정의롭고 완벽한 인물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라고 들리기까지 하죠.


 이 영화에서 슈렉은 평화와 박애같은 어떠한 대의를 위해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 개인적 행복을 위해서 움직이는 소시민적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화속 인물들을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려주겠다고 하는 것 역시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쫓아내기 위함이었고, 공주인 피오나를 구하러 간 것도 자신의 집을 되찾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완벽과는 거리가 먼 인물, 그래서 오해도 사고 오해를 하기도 하고, 대의와는 거리가 있는 평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극을 진행시킵니다.


 저주가 풀리고, 구출되자마자 서로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는 디즈니의 고전적 영화들과 달리 슈렉의 경우에는 좀 더 현실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니다. 슈렉은 피오나를 갖고 싶어서 구출한 인물이 아니기에 그녀에게 무심하게 대하고, 피오나는 슈렉이 자신의 상상 속 인물과 괴리감이 있기에 그에게 무심하게 대했습니다. 허나 둘은 일련의 여정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감정에 솔직해지며 사랑에 빠지는 더욱 현실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 <슈렉>은 고전 디즈니의 화법과 전개 방식을 고리타분하고 몽상적인 요소로 치부하며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독창적인 고전의 리뉴얼을 이루어냈습니다.


2. 선곡 능력

 영화 <슈렉>의 선곡 능력은 상당히 탁월합니다. 디즈니의 선곡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그에 못지않은 파괴력을 가진 선곡들을 일삼죠. 디즈니의 선곡들은 대체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자신들의 감정과 상황을 노래하는 자체 제작의 뮤지컬 넘버적 성향이 강한 반면, 영화 <슈렉>의 선곡은 기존에 있던 팝송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들은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스매쉬 마우스의 <All Star>와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Hallelujah>입니다. 처음 나오는 <All Star>의 경우 슈렉이 혼자 늪지대에서 즐거운 생활을 보내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진흙으로 목욕을 하고, 방귀를 통해 물고기를 잡고, 애벌레를 이용해 양치를 하는 등 우리의 상식과는 아득히 거리가 있는 행위를 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슈렉의 행동을 보여주는 해당 장면과 이 노래의 가사는 정말 잘 어우러집니다. 기존의 질서와 체제가 어쨌든 본인의 행복을 위해 사는 이들이 올스타이자 락스타라는 해당 가사는 흥겹고 신나는 멜로디와 더불어 가사 역시 슈렉의 상황과 잘 어우러지는 좋은 선곡이었습니다.


 <Hallelujah>의 경우에는 덧없어져버린 무언가를 향한 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서로의 오해와 소통의 단절로 인해 사랑의 감정을 삭혀가고 있는 피오나와 슈렉의 상황을 나타내는 노래입니다. 그리고 해당 장면의 미장센 역시 상당히 훌륭합니다. 해당 장면은 공허함과 상실감을 잘 나타내는 장면으로 슈렉에서 피오나로, 피오나에서 슈렉으로 넘어가는 화면의 구성들이 탁월합니다. 깨진 거울에 비친 슈렉의 모습을 보이다가 샹들리에의 작은 유리 조각 속 피오나의 얼굴을 비추는 장면은 서로의 부재로 인해 마음이 온전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식탁의 좌측에서 밥을 먹는 슈렉의 모습을 페이드아웃하며 피오나의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서로가 아직 그리워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오해로 인해 잠시 멀어진 이들이 서로를 아직 원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상실감을 느낀다는 이 장면은 탁월한 선곡에 힘입어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3. 메시지

 이 영화는 외모지상주의에 반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외적인 요소로 상대방을 파악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죠. 영화의 주인공 슈렉은 험상궂고 위협적인 외형으로 인해 많은 이들로부터 차별과 괴롭힘을 받아온 인물입니다. 갑자기 자신의 거처가 습격당하기도 하고, 외모로 인해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는 등 전형적인 주인공의 외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이죠. 허나 그는 외형만 보고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이 싫어 타인에게 차갑게 대했을 뿐 내면은 좋은 사람이었다는 점이 극을 거듭함에 따라 드러납니다. 또한 피오나에게 고백하기 위해 멘트를 정리하고, 실연의 아픔으로 인해 슬퍼하는 등 괴물이 아닌 인간적 면모 역시 한없이 드러내죠.


 또한 피오나 역시 저주로 인해 변해버린 자신의 외형에 불만족하며, 오우거의 외형을 들키기 싫어 타인과 장벽을 쌓고 비밀을 만드는 인물입니다. 진실된 사랑의 첫 키스가 저주를 풀어줄 것이라고 극에서 말하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인간 형태의 모습을 저주에서 풀린 모습이라고 생각하게되지만 인간 형태가 아닌 오우거의 모습이 저주에서 풀린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며, 디즈니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오나 공주는 슈렉의 사랑이 담긴 키스를 통해 저주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렇기에 저주에서 해방된 모습은 사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피오나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겨 모두에게서 감추고자 했지만, 슈렉은 그 모습 있는 그대로 그녀를 사랑하겠노라 맹세합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사랑은 서로의 모든 면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막을 내립니다.





 영화 <슈렉>은 이후 <슈렉2>,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로 이어지는 드림웍스의 전성기를 연 작품이자 동화의 플롯을 이용해 디즈니를 풍자한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형뿐 아니라 모든 면을 보아야한다는 극의 메시지와 빌런 파콰드가 서로 상충한다는 요소를 제외하면 크게 지적하고 싶은 점은 없네요. 패러디와 정치적 올바름의 적절한 조화점을 보여준 영화 <슈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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