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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유 Aug 08. 2023

그림을 보는 눈, 안목의 수준을 높이는 5가지 질문

최광진 박사의 신간 '창조적 인간으로 살아기기' 리뷰

[글의 취지]
1. '창조적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읽고, 작품성을 평가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발췌 요약한다.
2. 책에 제시된 걸작의 3요소를 응용하여 작품성 평가 기준을 만든다.
3. 소장하고자 하는 그림의 작품성을 평가한다.


개인의 주관적 취향과 작품의 객관적 수준은 다르다. 취향은 수평적인 차이라면 수준은 수직적인 차이다. 취향은 주관적이지만 수준은 객관적이다. 작품을 평가할 때는 개인의 주관적 취향이 아니라 작품의 객관적 수준을 다루어야 한다.


먼저 '현대미술은 독창게임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이해 없이 뒤샹의 작품 <샘>을 보면,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변기뿐이다. 변기 너머의 독창성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미술의 역사에서 새로운 양식을 열어보인 '레디메이드' 변기의 작품성을 이해할 수 있다. 현대미술 작품을 이해하려면 작품에 담긴 독창성을 읽어내야 한다.


유의미한 독창성을 가지는 작품은 세 가지 요건을 갖춘다. 걸작의 3요소다. 개성, 시대성, 지역성이다. 개성은 다른 작가와의 차별화, 시대성은 과거와의 차별화, 지역성은 다른 민족과의 차별화를 의미한다. 특히 시대성을 평가할 때는 작가가 전통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안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작품은 높은 수준의 독창성을 가진다.


아래와 같이 작품의 독창성 평가표를 만들어 본다. 참고로 평가 항목에는 기법과 기교에 대한 배점이 빠져 있다. 형식보다 개념을 중시하는 현대미술의 특성이 평가표에 주요하게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위의 평가 항목에 따라 고리들 작가의 작품 <별에서 꽃까지>에 독창성 점수를 매겨 보고자 한다. 고리들 작가는 '양자물리학의 관찰자 효과와 평행우주론'을 작품 주제로 삼고 있고, '눈동자에 우주'를 그리는 콘셉트로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눈동자 위에 다채로운 방식으로 우주를 표현함으로써 같은 주제가 여러 가지 시리즈로 변주된다. 시리즈에는 <별에서 꽃까지>, <별꽃바다>, <별꽃언덕>, <화양연화>, <감각의 정원> 등이 있다. 고리들 작가의 그림을 여러 점 계약했는데, 독창성을 평가해 보려는 <별에서 꽃까지> 그중 한 작품이다. 

작품 < 별에서 꽃까지 >, 캔버스에 아크릴, 오른쪽 S50호


고리들 작가는 양자물리학과 평행우주론이 21세기를 주도할 거라고 확신한다. 고리들 작가는 "가슴에 만 권의 책이 있어야 글과 그림이 나온다."라는 추사의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 1만 권의 독서를 실천하고 나서 '인류 지식의 정점에 양자물리학과 평행우주론이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평행우주론을 주제로 정한 뒤에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콘셉트를 고민했다. 16년 만에 '눈동자에 우주'를 그리는 콘셉트가 섬광처럼 뇌리를 스쳤다. <별에서 꽃까지>를 포함한 고리들 작가의 모든 작품에는 '눈동자에 우주' 콘셉트와 평행우주론 주제가 담겨 있다.(시대성: 양자물리학,평행우주론)


고리들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과학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는데, 그 관심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할 당시, 고리들 작가는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카오스이론, 가이아이론, 파동물리학, 지구과학 등 과학 분야 도서를 섭렵했다. 1996년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중앙미술대전에 참가해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때 출품했던 작품에서도 과학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고리들 작가는 그 작품에서 우주의 단면을 잘라 펼쳐 보였고, 작품의 제목을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라고 붙였다. 현재 모든 작품에서는 공통적인 주제로 양자물리학의 관찰자효과와 평행우주론을 다루고 있다. 개별 작품에서는 소주제나 구성 요소의 상징 의미로 카오스이론, 초끈이론, 각종 천문학적 현상 등의 과학 분야 이론과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개성1: 과학에 관한 남다른 관심)

작품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동판에 부식, 111x167cm


<별에서 꽃까지>에는 고리들 작가의 본성과 닮은 상징적 요소가 많다. <별에서 꽃까지>는 초신성 폭발 이후 별먼지가 내려앉는 찰나의 장면을 눈동자 위에 표현한 작품이다. 별이 스스로 폭발하여 많은 생명의 기원이 되는 초신성 폭발처럼, 고리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켜 선본홍제의 표본이 되고자 한다. 무료 미술 교육, 장학금 지원, 문화 예술인 후원 등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작품에는 상징적 요소들이 가득한데, 고구려 신화에서 차용한 북두칠성과 은하수에 걸쳐진 남두육성, 적막한 우주를 여행하는 유성, 깊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한점 한점 쌓아 올린 빛의 방울 등이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상징하는 의미를 이해하고 고리들 작가의 삶을 지켜보면, 선본홍제를 주장하는 고리들 작가의 성격이나 선한 의지가 개별 요소마다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고리들 작가는 보면 볼수록 작품 <별에서 꽃까지>와 닮았다. (개성2: 선한 본성)


고리들 작가는 시대의 문제를 '자본주의'라고 진단한다. 그 대안으로써 '선본주의와 홍익제물'을 제시하는데, 줄여서 '선본홍제'라고 말한다. 고리들 작가가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 아버지는 월남전에 파병되었다. 월남전에서 전사하신 아버지의 부재는 고리들 작가에게 생득적으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화두를 갖게 했고, 그 화두는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했다. '선본주의'는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써 '선물과 선의'가 중심이 되는 사상이고, '홍익제물'은 환웅이 환인에게 받은 통치 이념으로써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70년의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지역성의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문제의식: 자본주의, 대안제시: 선본홍제, 지역성의 영향: 월남전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와 고조선 건국신화 홍익제물)


작품성 평가표에 평가 항목을 하나 추가하려고 한다. 추가하려는 항목은 '작가가 의도하는 예술과 작가의 삶이 일치하는가'이다. 평가 항목을 '일치성'이라고 구분 지었다.

일치성 평가 항목은 '작가의 개성이 작품에 반영되었는가'를 검토하는 것과는 다른 수준의 질문이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한 작가가 '문제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가', '제시한 대안을 직접 실천하려 하는 참여 의지를 보이는가'를 검토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를 문제라고 꼬집어 인지도를 얻으면서, 자본주의가 초래한 불평등과 부조리한 결과를 혜택으로 누리기만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작가가 독창성을 발휘하여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예술을 내보이는 경우에는 작품성을 평가할 때 점수를 깎아야 한다. '작가가 의도하는 예술과 작가의 삶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검토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지만 의미가 있는 일이다.


고리들 작가는 시대의 문제라고 진단한 자본주의를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심장으로 들어가겠다."라고 말한다. 그 일환으로 금융회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고리들 작가의 그림을 소장한 사람은 금융회사에서 그림을 현금화하거나 거래할 수 있고, 그림을 맡기는 대신 매달 렌탈료를 받거나 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고리들 작가는 렌탈료 지급과 그림담보대출을 이미 개인적 차원에서 사비로 실행하고 있다. 고리들 작가는 "화폐 본위 체제에 이어서 그림 본위 체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라고 오래 전부터 말해 왔다. 화폐 본위 체제에서 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진 달러(dollar)처럼, 그림 본위 체제에서 기축그림의 지위에 자신의 그림을 올리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기부 천 조 원을 달성하겠다."라고 평소 자신 있게 말하는 배경에는 그 기축그림이 있다. 고리들 작가는 인간의 삶을 구속하는 자본주의의 중심으로 들어가 자신의 금융회사와 기축그림으로 선본홍제 정신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 길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주)창조화력발전소를 창업했고, (주)지아트의 대표를 맡고 있고, 복지재단, 문화재단, 교육사업, 농업법인설립, 문화예술인공동체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일치성: 선본홍제 실현 의지[기부천조, 기축그림, 문화복지사업 등])


지금까지 고리들 작가의 작품에서 개성, 시대성, 지역성, 일치성 항목을 검토해 보았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작품 <별에서 꽃까지>에 평점을 매겨 본다.


창조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중 115쪽, 작품성 평가 항목 세 가지

최광진 박사는 작품성 평가 항목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세 개의 항목만으로도 작품성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길 수는 있다. 점수를 매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예술과 작품을 폭넓게 이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작가마다 정의하는 예술의 의미가 다르고, 대상으로 삼는 예술의 범위가 다르다. 일률적인 평가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시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리들 작가의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서 최광진 박사가 제시한 평가 항목을 나름의 방식으로 응용하고 보완해 보았다. 앞에서 봤듯이 시대성 평가 항목을 두 가지로 나누고 일치성 평가 항목을 추가시켜 다섯 가지 질문을 만들었다. 작품을 보는 안목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광진 박사가 제시하는 평가 항목을 중심으로 삼고, 각자가 작품 평가 경험에 비추어 항목을 세분화하거나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최광진 박사님의 저서와 고리들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단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신 두 대가의 책과 그림을 직접 확인하시기를 권합니다.

출처 - 구매한 책 사진
고리들 작가와 작품 <감각의 정원>

***고리들 작가의 작품 사진 출처***

 https://cafe.naver.com/corerid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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