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
육아라는 고독한 섬
육아를 하다 보면
오로지 혼자 맞서야 되는 부담감과 함께
고독감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주말부부라
임신기간과 첫째 아이 20개월까지
남편과 떨어져 지냈다.
막달 직전까지 일하며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도 없으니 적막했다.
조용한 집에서 혼자 밥 먹는 게 일상이었고
분명 뱃속의 아이와 함께지만
더 외로운 기분이었다.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싸운 시기일 것이다.
남편에게 아무리 말해도
이해를 못 해주는 것 같아서
더 큰 소리가 나오고 감정적으로 표출했다.
제발 나 힘든 것 좀 알아주라며..
남편의 이해에도 한계가 있었다.
내 힘듦을
알아주는 사람도
이해해 주는 사람도 없고
육아로 사회와 단절되니
더욱 혼자인 것 같았다.
작품에서 깜깜한 밤에 홀로 식당에 앉아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두꺼운 외투와 장갑을 보니
밖의 날씨는 어느 정도 추운 것 같다.
눌러쓴 모자 때문인지 얼굴빛이 어두워 보인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무슨 생각에 잠긴 걸까.
어딘가 지친듯한, 허탈한 느낌이 든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의 사실주의 회화 작가로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을 겪은
미국을 배경으로 그렸다.
호퍼는 산업화된 도시인의 일상을 주제로
혼란을 겪은 공허함, 고독함, 쓸쓸함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일요일 이른 아침의 모습.
경제 대공황을 겪은 당시의 허탈함이
돋보이는 것 같다.
적막하고 공허한 도시의 일부를 보여주는데
빛으로 그 느낌이 극대화된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도시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여성이다.
분명히 따뜻한 햇살이지만 묘한 분위기로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작품 속 인물들의 무표정한 표정이나 행동은
소통보다 도시 속의 고독함을 보여주고 있다.
풍경 위주의 인물화로
빛과 그림자의 확실한 경계와 대비를 이용해서
고독감을 더 극대화하고 있다.
호퍼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대부분 그의 아내 조세핀이다.
호퍼는 미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자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화가로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작품부터 영화나 사진,
국내의 광고, 뮤직비디오 등
호퍼의 작품은 많은 곳에서 오마주 되고 있다.
육아를 하면서 외롭지만
또 아이들 덕분에 풍족하고
풍요로운 건 사실이다.
첫째 조리원에 있을 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철조망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오히려 조리원을 나오고 몸이 회복되면서
사랑스러운 아이와 몸을 부대끼니 더 행복했다.
그래도 이따금씩 찾아오는 외로움은
소통을 통해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소통을 하면서 나를 찾게 되고
외로움의 빈자리를 밖에서만 채우려 했다면
지금은 나 자신으로 채우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에 몰두하며
내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육아도 더 즐거워졌다.
지금은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행복하고 즐겁다.
고독한 섬이 아닌
가장 아름다운 파라다이스 섬으로 만들어 보자.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친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 패닉 <달팽이>
호퍼의 작품 속 고독함은
결국 경제 대공황의 극복으로 끝났다.
이처럼 외롭고 고독한 우리의 고민도
잘 헤쳐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