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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있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 [틈]에 그것이 있다고들 말을 했다.
나는 그것을 시간에 묻어 둔 것들이라고 말해야 한다.
시간에 묻어둔 것이 어디 한 둘이랴만!
시간이라는 것은 무작시러운 데가 있다.
시간 안쪽으로 사라져 없어져버린 줄로만 알았던 것들이 사실,
차곡이 쌓여가고 있었다는 걸 안 것은,
내가 무엇에 걸려 허공을 헛짚어야 했던,
아니 내가 제풀에 걸음이 엉겼을 수도 있었을 그 순간,
잠깐의 [뜸]도 없었던 그 순간,
계단을 굴러 떨어지기 바로 직전까지,
찰나의 바로 그 순간에,
내 머릿속 하드디스크가 너덜너덜
흔들리며 덜그럭거렸던 그것,
그것들이 한번에
솨--- 솟구쳐 나왔던 것이다.
거기를 사람들은 [틈]이라 불렀다.
지금 내가 여기에 있고,
뜨거운 몸뗑이가 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엄연한 실존의 사실,
이 '있다'는 '나' 앞에서 나는,
그것이 나인 줄로만 알았고,
발뺌할 수 없이 분명한 나인 줄로만 알고,
촤르륵--- 펼쳐진 얼굴들이 나를 확 덮어싸듯, 휘감았다.
굴러 회전하는 내 구차한 몸뗑이를 그대로 둔 채,
나는 나로서만이 온전했다.
허상스런 얼굴, 가짜들을 단칼에 내리쳐버린 얼굴들.
그 일들이 [틈]과 [틈] 사이에 있는 나를 전복시켰다.
띄엄띄엄,
건너온 세월,
건너온 것이 아니라,
돌아왔다는 것을,
계단을 하나,
둘, 굴러, 내 몸이 정신없이 돌아갈 때조차,
나를 붙들고 못내 떨어지지 못하고 있던 것.
바로 그것, 그것들이 [틈] 속에, 한가득, 들어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