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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박자 Oct 11. 2023

불화로 끓어오를때 내 행동에 집중한다는 것

2022.09.03.

* 이유 = 살려고

* 쓰다가 지쳐서 마무리 못지어서 제목과 내용이 따로국밥


주말 아침.

늦은 아침밥.

온가족의 나무늘보화.


(출처 _ 핀터레스트 나무늘보 검색)


하지만 12시에 아이들을 위한 체험예약을 해둔 상태.

마음이 급해진다. 아니 마음만.

 

이상해. 왜 꼭 평소엔 바로 하지도 않던 설거지를 외출 전엔 하고 나가야 할 것 같은지. 그렇게 예약시간이 다가올수록 내 안의 심지는 팽팽해져가고.


나 설거지하고 준비할 동안 애들 좀 챙겨줘.

일단  입혀줘. 양치도 좀. 또 뭐있지 아 세수 좀. 저기 수건 가져와서 닦아줘. 로션도 발라주고.


육아에 있어선 매일 매시간 디폴트 되시는 그분에게

하나하나 코딩언어 입력하랴. 결과물 체크하랴. 설거지하랴. 애들 마실 보리차 끓이랴. 아침 먹고 똑 떨어진 밥 새로 지어두랴. 애들 입힐 옷 갖다주랴. 로션 던져주랴.

내 심지는 팽팽을 지나 투투툭 끊길 지경이 되어갔다.


남편은 나름 지시사항을 모두 수행했다. 양치 세수 로션 옷 입히고 .. (이제 나가면 되겠군) 하고 생각했는지 남편은 에어컨부터 껐다.


8월 6일. 밖에는 비가 왔다갔다한 흔적으로 습도가 90을 달렸고. 더위 잘타는 내 체감기온은 늘상 체온과 같은 36.5도 정도였고. 에어컨을 풀가동했지만 주방엔 냉기가 잘 안와 써큘레이터를 고정해야 더위를 좀 덜 느낄 정도였고. 설상가상. 나는 불 앞에서(보리차 끓이는중) 뜨신물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27.28.29.30.31

실내온도는 급상승을 했다.

심지에 불씨가 붙었다.


아니 뭐하는거야 나 지금 땀나게 주방에 있는거 안 보여??

거의 다 한거 아냐?나갈 거잖아.

나갈때 끄면 되지 아직 나 이러고 있는데 끈다고??

참나 빨리해 늦는다며.


그 순간 팝콘을 먹고 있던 둘째가 켁켁거린다.

팝콘 조각이 목에 붙은건지 얼굴도 붉어지며 켁켁.

실내온도 31도 받고. 둘째보며 당황한 내 체온은 37도쯤으로 상승.

얼굴에서 땀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아이한테 물을 건네고 등을 톡톡톡 쳐주는데

본인 할일을 다 한 남편이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하.. 저 바지.


내가 그거 너무 커서 보기싫다고 밖에 나갈땐 입지 말랬잖아.

왜 난 이게 편해.

아니 좀 애들이랑 다 같이 나갈땐 입지 말라고.

됐어 이미 입었잖아.

싫어 빨리 이걸로 갈아입어!

아 진짜 왜 자꾸 짜증이야. 나 먼저 차에 간다.


탕! 하고 닫히는 현관문 소리에

탁! 하고 심지에 불이 붙는다.


아아아악! 짜증나!!

31도! 켁켁! 애들두고! 11시반!!!! 아아아앍앍앍앍악!!!!


분노가 솟구치고 불화가 타오르는 순간

말에 칼날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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