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인줄 알았는데,
연명이었단다.
지난 3개월 여간
항암치료 여정은 순조로웠고, 여유로웠다.
외래로 3주마다 병원에 가서 진료, 채혈, 그후 3일간 항암주사를 맞는 기나긴 행군이 이어졌지만,
어쩌다 주사실 창가자리가 나면 만나는 창밖 풍경에 감사, 채혈 끝나면 먹는 갈비탕 국물이 끝내주게 맛있어서 감사, 지하 빵집에서 갓 나온 따끈한 빵을 바로 사먹을 수 있어서 감사, 암재발 직후 왔던 경련 발작과 균형감각 이상이 사라지며 잘 걸으시고 산책도 할 수 있어서 감사.
그렇게 매순간 럭키비키 거리를 발견하였고,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았고,
나아질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치료'중이었으니까.
그리고 5차 항암치료를 앞둔 어느 날
경련이 다시 시작됐다.
4차 직후 찍은 mri와 pet ct에서는 깨끗해졌다고 들었었다.
"이게 관해라는 건가요"
- 네, 이게 관해입니다.
그런데 고작 2주 뒤, 갑자기 컨디션이 떨어지더니 38도 열에 이어 경련이 왔다.
이제는 응급 경련약도 듣지 않았다.
5월에는 경련이 오는 싸한 느낌 감지 후 즉시 복용하면 20분 이내로 곧 경련이 멈추었었는데
이번에는 약을 드시고도 두시간 넘게 계속해서 팔딱거리며 상체근육이 조여졌다. 정말 응급이었다.
119를 타고 어렵사리(*요즘 응급실은 119타면 못들어간다) 사정사정하여 다니던 병원에 갔다.
그리고 찍은 mri 속에
다시 암(림프종)이 자라나 있었다.
암은 그게 자신의 존재 원칙인 냥
이 항암 투사들에게
자신은 끝내 불응하겠노라 선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