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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박자 Sep 30. 2024

제발(3)

신의 날

겨우 4개월간의 일이다.


시아버지의 암재발. SOS.

대탈출 EXODUS.

퇴사. 소송. 항암치료.

끝내 불응이란 현재까지.


거기에

집에 모셔와 지내며 끼니 챙겨드리랴, 병원에 왔다갔다 하랴,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접어버린 내 생계는,

평생 '안정'제일주의로 살아온 내 정신을 담보로 하였기에 사실 너무 위태로웠다.


그저 상황이 이렇기에

그냥 이러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 주,

아버님이 갑자기 '신의 날'을 들려달라 하셨다.


"신의날? 이 뭐예요?"

- 검색해봐. 콜 니드라이 라고.


Kol Nidrei.

신의 날.


전조부터 비극이 밀려왔다.

아. 그 '신의 날' 이구나.


헤비한 단조를 싫어한다며 둘러대고 황급히 음악을 껐다. 첼로 선율을 좋아하지만 '신의 날'은 아니었다. 아직,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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