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셰프

첫날

by 셰프리즈

도대체 길 위의 셰프가 무엇인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내가 붙인 이름이니까

셰프로 일을 했지만 오늘부터는 출근할 곳이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길 위의 셰프다

요리는 하지만 딱히 정해진 곳이 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제는 길 위로 나갈 것이며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길 위를 달리며 새로운 곳에 가보고 그곳에서 요리하고 여기저기 살펴보고 돌아다닐 작정이다

아주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 설명해도 이해받기는 힘들 테니까


드디어 첫날이 시작되었다. 빈둥빈둥 늘어져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이나 자겠지. 대부분의 백수 생활은 그럴 테니까. 하지만 나는 백수가 아니다. 길 위의 셰프가 아닌가

우선은 길을 떠나기 전에 대청소를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집안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욕실의 타일사이, 유리창, 바닥청소, 베란다, 주방...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어쩐지 기분은 좋다. 청소 후 따듯한 샤워를 마친 후 집안을 둘러보다

정말 정리가 잘되어있다.


나도 남들처럼 카페에서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여보는 하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카페로 향한 나는 커피를 주문하고는 앉아서 노트에 적어본다

'90일 계획'

지금부터 3개월 동안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적어보았다.

1번은 하루에 글을 하나씩 써보는 것이다. 제목은 길 위의 셰프

원래는' CHEF ON THE ROAD'이지만 한글로 적어보니 더 멋있는 거 같다

14가지 정도 나열하고는 떠나기 전에 점검하고, 챙겨야 할 것의 목록을 작성했다.

치과 치료, 자동차 정비, 캠핑 용품 준비하기, 요리할 것들의 목록 등등


영주권을 따면 꼭 해보고 싶었던 자동차 타고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요리하는 것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자신이 있냐고?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설렌다. 새로운 풍경들과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캠핑하며 매일 소박하지만 재밌는 요리를 할 생각에.

나는 셰프다. 길 위의 셰프. 조금은 방황하는 엉뚱한 셰프이다.



기억력이 점점 안 좋아지는 듯 그래서 하루의 모든 사소한 일들까지도 적어놓아야겠다.

오늘은 친구 이정이의 생일이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준비해서 축하를 해주었고 우리는 인도 카레를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생각해 보니 김치를 못 먹었네. 카레와 김치는 참 맛이 잘 어울린다. 카레의 매운맛과 김치의 시큼한 맛이 조화롭다고 하겠다. 오뚜기 카레와 김치도 요리 목록에 집어넣어야겠다.

그럼 see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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